미국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 뱃머리 다시 동해로 돌렸다

입력 2022-10-05 16:50 수정 2022-10-05 16:53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군 함정들이 지난 9월 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항해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마치고 한국 해역을 떠났던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뱃머리를 돌려 5일 동해상에 다시 전개됐다.

북한이 4일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 괌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의도다.

10만3000t급의 레이건호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약 90대를 탑재하고, 승조원 약 5000명이 탑승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항모강습단의 한반도 재전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 동맹의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한·미 동맹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은 지난달 26∼29일 나흘간 동해에서 실시됐던 한·미 해상훈련에 참여했다. 이어 30일엔 동해에서 한·미·일 3국 연합 대잠전 훈련을 펼치고 한반도 해역을 떠났다.

하지만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하자 동해를 떠난 지 닷새 만에 되돌아온 것이다.

군 관계자는 “레이건호의 한반도 재전개는 한·미 정상의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합의에 따라, 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한·미 국방장관 협의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5일 새벽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도 실시했다.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에이태큼스(ATACMS) 2발씩 모두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해 가상 표적을 정밀타격했다.

합참은 “북한이 어떠한 장소에서 도발하더라도 상시 감시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군에 따르면 우리 군과 미군의 북한 미사일 도발 대응사격은 이번이 네 번째다. 한·미는 지난 3월·5월·6월에도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한·미는 네 차례 대응사격에서 모두 18발(한국 14발·미국 4발)의 미사일을 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두고 한·미 평가가 일부 차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 군은 ‘중거리(intermediate-range)’ 미사일로 추정했지만, 백악관은 ‘장거리(long-range)’ 미사일로 규정했다.

한·미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사거리에 따라 단거리(SRBM·300∼1000㎞), 준중거리(MRBM·1000∼3000㎞), 중거리(IRBM·3000∼5500㎞), 대륙간(ICBM·5500㎞ 이상)으로 분류한다.

미국이 규정한 장거리미사일은 한·미의 정식 기준이 아닌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북한 미사일에 대해 평가할 때 미군과 함께 분석하는 만큼, 한·미가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기보다 4일 발사된 미사일의 사거리가 ‘중거리’와 ‘대륙간’의 경계선상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이 ICBM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미국이 ‘중거리’보다 위협을 더 강조하기 위해 ‘장거리’라는 표현을 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