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대통령실과 언론대응도 논의?…문자공개 ‘논란’

입력 2022-10-05 15:33 수정 2022-10-05 17:32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 감사원의 언론 대응과 관련해 보낸 문자메시지가 5일 언론에 포착되면서 감사원의 독립성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윤석열 대통령 핵심 참모에게 마치 ‘업무 보고’를 한 것처럼 읽혀지면서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장에서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 수석에게 보내는 장면이 뉴스1에 포착됐다.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자 발송 후 3시간 뒤…감사원 해명자료 공개

유 사무총장이 이 수석에게 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오전 8시 20분이다. 감사원은 약 3시간 뒤인 오전 11시 25분쯤 “서해 사건 감사에 착수하려면 사전에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자료를 냈다. 자료는 ‘서해 사건 감사가 감사위원회의 사전 의결 절차를 무시한 상태에서 자료제출과 출석·답변 요구 등 각종 조사 권한을 행사해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에 반박하는 내용이다.

해당 자료가 나가기 전에 감사원이 대통령실에 미리 자료의 존재와 내용을 일러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법 2조는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자를 받은 이 수석은 대통령비서실에서 국정기획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 국정홍보비서관, 국정메시지비서관을 총괄하며 사실상 정책실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野 “文 감사 배후 대통령실임 드러나…감사원 존립 흔드는 사건”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 감사의 배후가 대통령실로 드러났다”며 “두 사람의 문자는 감사원 감사가 대통령실 지시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정치 감사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대통령비서실과 감사원이 짜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감사를 시도했고, 아직도 모의 중이라는 반증”이라며 “감사원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유병호 사무총장과 비서실 간의 내통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관련 보도를 인용하며 “감사원의 존립 기반을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그동안 정치감사, 표적감사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고조되고 있는 4일 최재해 감사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정치적 해석 대목 없어” 의미 축소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 측은 “감사원이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기사에 대한, 사실 여부를 (이 수석이) 단순 문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자 내용을 보면 정치적으로 해석할만한 어떤 대목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게 저의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해당 문자메시지는 오늘자 일부 언론에 보도된 ‘서해 감사가 절차위반’이라는 기사에 대한 질의가 있어 사무총장이 해명자료가 나갈 것이라고 알려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 들어 감사원이 독립성을 의심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최재해 감사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하는 기관인가”라는 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해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대통령이 뭐라고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