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음’ 기록있는데 국선변호인 불허한 2심… 대법 “방어권 침해”

입력 2022-10-05 14:55

1심에서 국선변호인 선임 관련 자료를 낸 피고인이 2심에서 소명자료를 다시 내지 않았다고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게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하급심 재판 과정에서 재산이 압류된 사실을 피고인이 증명했는데도 상급심 법원이 국선 변호임 선정을 거부한 채 판결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경기 평택의 교차로에서 무등록 오토바이를 타고 직진하다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려던 피해자 B씨의 자동차 앞 범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는 2주간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로 다쳤다. A씨는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 A씨는 사고 당시 B씨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전화번호는 당시 A씨가 사용하던 번호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나 항소가 기각됐다.

대법원에서 문제가 된 건 변호인의 조력 여부였다. A씨는 1심에서는 경제 사정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았다. 1심 재판 기록상 A씨는 월 200만원의 급여를 받았고,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은행 계좌 출금이 제한되며 월세방 가구 등이 압류된 사실이 있었다. 그러나 2심에선 따로 소명자료를 내지 않아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가 기각됐다.

대법원은 국선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게 한 2심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록상 피고인이 빈곤으로 변호인을 선임할수 없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있다고 인정되므로 원심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공판에 참여토록 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