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 표절 주장 논란에… 주최측 “전문가 자문 검토”

입력 2022-10-05 11:19 수정 2022-10-05 19:01
좌측은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경기도지사상) 수상작, 우측은 영국 일간지 ‘더 선’에 실린 만평

정치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만화 공모전 수상작 이른바 ‘윤석열차’가 이번에 표절 의혹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온라인에선 “표절이다”와 “패러디다”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해당 만화가 논란이 되자 행사를 주관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하 만화영상진흥원)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전문가 자문을 통해 표절 여부를 확인하고 수상 취소 여부 등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작품이 영국 언론의 만평과 흡사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날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작품이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만화제 주최 측인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발표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윤석열차’ 만화가 몇 해 전 영국의 정치 상황을 풍자한 ‘더 선’의 만평과 흡사하다는 지적과 함께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언급된 만평은 2019년 6월 영국 일간지 ‘더 선’에 실린 것이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로 추정되는 얼굴의 기관차가 달리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기차에 석탄을 넣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보수당 소속이던 보리스 전 총리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강행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추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해당 만평도 이를 풍자하기 위한 취지로 신문에 실렸다.

이를 놓고 일부 누리꾼들은 만화 공모전 금상 수상작인 ‘윤석열차’가 더 선의 만평 콘셉트와 구도까지 비슷하다며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표절이 확인되면 수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페이스북 캡쳐.

반면 “표절이 아닌 패러디이며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한 이들도 많았다. 이들은 “수상을 취소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치인이나 정당의 폭주를 기차에 빗대는 표현이 서양 언론 만평 등에서 너무나 흔한 패러디라며 유사한 만평들의 사진도 잇따라 올라왔다.

해당 만화 속 기차의 모습은 더 선의 만평 표절이 아니라 장난감 ‘토마스기차’에서 디자인을 따온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토마스 기차를 모르나요?”라고 반문한 뒤 “‘윤석열차’가 표절이면 왼쪽의 원본이라고 내놓은 작품도 표절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니 저러고들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해당 만화에 대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표현의 자유 범주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박 의원은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원행정처장의 의견은 어떤가”라고 물으며 해당 만화를 김 처장에게 보여줬고, 김 처장은 “그림만 봤을 때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비판,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권은 이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표절 의혹 때문에 논란이 크다”면서 “외국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베낀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유상범 의원도 “한눈에 봐도 표절 아닌가. 본질적인 것은 학생이 표절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점식 의원도 “학생은 표절을 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하는데 유감스럽다”라며 “만화축제의 공모개요에 보면 이렇게 돼 있다. 창작 작품에 한함이라고 표시돼 있다. 표절의 문제인 것이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야권은 그러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꺼내며 맞불을 놨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표절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표절을 따진다고 하면 우리 대학의 학문 자유와 도덕적 권위를 실추시킨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을 얘기하는 게 맞다”고 화살을 돌렸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도 김 여사의 논문을 언급하며 “고등학생에 대해선 엄격한 표절의 잣대를 들이대고, 권력자의 부인에 대해선 너그럽다 못해 한없이 관용적인 태도”라고 꼬집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만화제 주최측에 경고한 문화체육관광부도 표절은 문제삼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문체부 자료에는) 정치적인 문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한 건 학생의 만화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경고한다고 돼 있다”며 “표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안 나온다”고 짚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