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고려해 민원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골라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산건설 전 대표 A씨와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B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사건 공소장에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이 대표가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기술했다.
성남FC 전신인 성남일화를 인수한 직후 FC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이 대표가 기업들의 자발적 후원이 아닌 건축 인허가 등 민원 해결이 시급한 기업을 개별적으로 접촉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이 대표가 시장이던 2013년 12월 성남일화를 인수한 뒤 연간 150억원의 운영자금을 시 예산 70억원, 기업자금 50억원, 일반 공모 30억원을 통해 마련하기로 계획했으나, 일반공모의 경우 2014년 두 차례에 걸친 시민공모에서 8억원만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
시 예산을 추가 편성할 경우 정치적 반발 등을 우려한 이 대표가 일반 공모로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자 ‘축구단 인수에 따른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각종 사업이나 건축 등 인허가 등을 받아야 하는 현안을 가진 기업을 접촉해 성남FC 운영자금을 후원받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 범행 동기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일화 인수 당시 했던 언론사 인터뷰(“난 정치인이다. 당연히 정치적 이득을 고려한다. 이재명이 성남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을 보니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다”) 내용을 공소장에 제시하기도 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성남FC가 두산건설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과정과 이 대표의 관련 지시 내용도 기술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0년부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두산건설은 각종 자산 매각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료시설 부지인 분당구 정자동 부지의 용도변경 신청이 계속 거부돼 이를 매각하지 못하고 장시간 방치했다.
또 2011년부터 매년 1억원 이상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되자 용도변경을 끌어내기 위해 당시 시 정책실장이던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시 관계자들 상대로 용도변경을 부탁하며, 2014년 9월 시에 이와 관련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요청 공문을 보낸다.
이에 시는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및 용적률(250%→960%) 상향의 대가로 두산그룹 측에 성남FC 후원 등을 요구했고, 두산그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검찰은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2014년 11월경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에 대한 대가로 운영자금을 현금으로 받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용도변경에 따른 이익 중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 보고 바람’이라는 내용을 직접 보고서에 기재하고서 담당 공무원에게 두산건설로부터 용도변경 등 대가로 최대한 이익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후 시 관계자들은 정자동 부지의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의 대가로 기부채납 15% 비율을 정해 두산건설에 요구했으나, 두산건설이 이를 거부하자 ‘기부채납 10%로 하고 나머지 5%는 면제하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금액인 50억원을 성남FC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결국 이대로 시와 두산건설이 협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범행을 이 대표와 정 실장,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B씨 등이 공모해 저질렀다고 검찰은 공소장 결론에 적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의 이런 공소장 내용에 대해 “기존에 냈던 입장으로 갈음해 달라”고 이날 JTBC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대표 측은 “성남시가 한 용도변경과 성남FC의 후원금은 별개다” “대가성이 아닌 정당한 광고비 유치였다”는 입장을 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