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전주환 ‘첫 구속영장 기각’ 비난…고개 숙인 법원

입력 2022-10-04 18:34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의 전주환(31·구속)의 첫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과 관련해 4일 피해자와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상상하기도 힘든 비극적 상황에 놓인 고인과 유족들에 무척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과 피해자, 유족에게 법원이 한마디 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따른 답변이다.

이에 앞서 권 의원은 “지난해 10월 전주환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는 판단을 내린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으나 김 처장은 “다른 법관이 내린 판단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전주환의 과거 범죄를 보면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공공연하게 유포한 일이 드러났고 운전자 폭행 혐의도 있었다”며 “폭력성과 스토킹, 집착, 공격적인 성폭력적 요소들이 다 드러났는데도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비판에 가세하면서 ‘조건부 석방’ 제도를 언급했다. 그는 “이번 영장 청구 기각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등의 조건을 달아 석방하고 어기면 다시 구속하는 조건부 석방 제도를 도입해 구속 판단 재량권의 폭과 유연성을 높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영장 단계의 조건부 석방제도는 사건이 구속·불구속의 경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증금 납부나 주거 제한, 전자발찌 부착, 피해자 접근 금지 등 조건 하에 피의자를 석방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김 처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번 안타까운 사건처럼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있는데, (조건부 석방은) 이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답했다.

스토킹 범죄에서 연인 관계라는 이유로 형의 집행을 유예하거나 감형하는 법원의 양형 관행을 질타하는 의견도 나왔다. 법관 출신인 같은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스토킹 범죄에서 피해자가 8개월 동안 가해자의 연인이었다는 것이 감형 사유가 되나”라고 묻자 김 처장은 “스토킹 범죄에서 그런 이유가 감형 사유가 된다면 뭔가 모순적인 상황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는 실제 판결문에 감형 사유로 명시된 것”이라며 “이 같은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스토킹 범죄만으로 기소돼 판결이 선고된 95건을 전수조사했더니 실형은 16.8%에 불과했다. 집행유예 중 40%는 연인 관계였다”고 짚었다.

이에 전 대법관인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