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손 맞잡은 아내… 요양시설·병원 접촉 면회 재개 첫날

입력 2022-10-04 18:02 수정 2022-10-05 01:41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접촉 면회가 다시 가능해진 4일 서울 마포구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면회실에서 입소자 정회만씨와 아내 이만자씨가 면회 도중 두 손을 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일 서울 마포구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면회실에 들어선 이만자(79)씨는 휠체어를 타고 나온 남편 정회만(85)씨의 손을 좀체 놓지 못했다. 두 사람은 비닐 위생장갑을 낀 채 서로의 손을 어루만졌다. “약 보낸 건 매일 먹어요? 가래는 요새 안 나와?” 이씨가 질문을 쏟아냈지만 머리가 하얗게 센 남편은 면회시간인 10여분 동안 대부분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대답이 적은 남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이씨의 눈에 이내 눈물이 고였다.

부부는 교회 권사, 장로다. 남편이 노환으로 걷지 못하고 치매 초기 증세까지 보이면서 이씨는 자연스레 집에서 병 간호를 시작했다. 대기명단이 길어 시립 요양시설까지 들어오는 데 약 3년이 걸렸다. 면회가 끝나고 나오는 길 이씨는 요양센터 직원에게 손수 챙겨온 비닐봉지를 건넸다. 남편이 좋아하는 연시 감과 청포도였다. 이씨와 함께 면회온 아들은 국민일보에 “다음 번에는 (아버지) 모시고 전북 익산에 있는 선산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코로나19 유행으로 금지했던 요양병원·시설 대면 접촉 면회를 다시 허용하자 전국 일선 요양병원·시설에는 가족을 보러 온 면회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면 접촉 면회는 지난해 11월 금지됐다가 지난 5월 풀렸으나 여름 들이닥친 코로나19 6차 유행의 여파로 지난 7월 25일 다시 금지됐다. 이날 재개는 그로부터 71일 만이다.

같은 곳에서 만난 김경식(62)씨는 뇌졸중을 앓는 여든일곱 나이 어머니를 휠체어에 모시고 인근 요양병원에 다녀왔다. 김씨는 “조만간 어머니를 모시고 맛있는 거라도 골고루 드시게 나가보려고 한다”고 했다. 어머니를 이곳 센터에 모신 지 7~8년 차라고 한 그는 “예전에는 자원봉사자가 시설에 많아 공동간병이 잘 됐다. 일손이 많으니 산책도 자주 시켜드렸는데 코로나19 사태 다음부터는 어려워졌다. 가족으로선 욕창이 생기시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시설, 장애인시설 등 감염 취약 시설에 대해 대면 접촉 면회를 허용했다. 사전에 신속항원검사(RAT)로 음성이 확인된 면회객이 대상이다. 외출·외박 제한도 폐지하고 외부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했던 것도 이날부터 재개했다. 지난달 28일 기준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자의 4차 예방접종률은 90.3%다. 집단감염자 수도 지난 8월 4째주 3015명에 달하던 게 3주 뒤인 지난달 둘째 주 1075명으로 급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