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에게 돈 줬다고…” 없는 말 유포한 최강욱 무죄 이유는

입력 2022-10-04 17:29 수정 2022-10-04 17:56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해라.”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유시민이) 이사장을 맡은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한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발언을 실제 내용보다 과장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최 의원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편지·녹취록에 실린 이 전 기자의 발언을 실제 내용과 다르게 게시한 데 따른 명예훼손 사건에서 법원은 “허위사실을 드러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도 비방 의도보다는 공론장 토론의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전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사건 관계인을 압박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명예훼손을 당할 위험을 자초했다”고도 했다.

허위사실 상당하지만… 기자는 공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태균 부장판사는 4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최 의원의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최 의원이 작성한 글이 허위 내용이기는 하나 비방의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다. 검찰은 결심 공판 당시 최 의원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판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종합편성채널 기자가 공인으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판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기자는 사회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하는 공인이기에 그에 대한 명예훼손 역시 순수한 사적 영역에서 행해진 일인지, 공적 차원에서 이뤄진 일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그 근거였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 피해자인 이 전 기자는 취재활동을 하는 공인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최 의원이 드러낸 사실은 사적인 내용이 아닌 기자의 보도 윤리와 정당한 취재 활동, 언론과 검찰의 관계 등 공적 관심 사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비방 목적보다는 공익 목적이 있었다는 데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앞서 최 의원은 2020년 4월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글에는 이 전 기자가 금융사기로 복역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부장판사는 이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은 이 전 기자가 부당한 방법으로 이 전 대표로부터 (당시 여권 인사) 비위 사실을 제공 받아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결론 짓고, 편지와 녹취록에 없는 내용을 마치 이 전 기자의 발언인 것처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는 기자가 검찰과 연결돼 위법 취재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여전히 남은 의원직 상실 리스크
최 의원은 현재 3개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다른 사건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최 의원 형사사건 중 가장 먼저 형이 확정될 사안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경력 확인서를 발급해줬다는 혐의다. 1·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 처벌을 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국회법상 피선거권을 상실한 의원은 퇴직해야 한다. 형이 확정될 경우 최 의원은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4년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2020년 총선 기간 중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조 전 장관 아들이 실제 인턴을 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에 대해서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형은 면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