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쏘던 북한, 이번엔 중거리미사일…핵실험 버튼 누르나

입력 2022-10-04 17:21 수정 2022-10-04 17:45
북한이 4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오늘까지 열흘 사이에 총 5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뉴스를 보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북한이 4일 일본 상공을 가로지르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 해상훈련(지난달 26∼29일)을 전후한 시점이었던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7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쏘아 댔다.

북한은 이번에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특히 이번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가 본격적인 도발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주춤했던 행보에서 벗어나 핵질주를 시작했다”면서 “한·미 해상 연합훈련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고강도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것은 핵실험을 향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의 버튼을 누를 경우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극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날 발사된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관통해 태평양에 떨어졌다.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4500여㎞로 탐지됐는데, 이는 북한에서 괌을 직접 때리고도 남는 사거리다. 미사일이 발사된 자강도 일대에서 괌까지의 거리는 3500여㎞다.

괌은 유사시 한반도에 들어올 미국 전략무기들이 배치된 곳이다. 이에 따라 이번 도발과 관련해 북한이 한·미 확장억제에 대한 불만과 경고 메시지를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지난 1월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때는 고각으로 하늘을 향해 쐈다.

그러나 이날 미사일은 정상 각도(30~45도)로 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실전 운용을 전제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핵실험 임박설도 끊이질 않는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오는 16일 시작하는 중국 공산당 대회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부터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다음달 8일 사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잔치’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면서도 미국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데 최상의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시기를 핵실험 예상 시점으로 꼽았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도 북한의 도발 카드로 거론된다. 우리 군 당국은 이미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발사 준비 동향을 포착해 추적·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오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 첫 고비로 꼽힌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포함한 중대 도발에 나설 경우 미국·일본 등 우방국과 공조 하에 강력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는 물론, 우리 정부 차원의 독자 제재 카드까지 꺼낼 태세다.

‘핵무력 법제화’에 이어 미사일 연쇄 발사를 감행하는 북한의 도발 움직임과 관련해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핵보유국 지위를 가진 상황에서 미국과 마주 앉아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군축 또는 군비제한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북한이 핵실험으로 도발의 정점을 찍은 뒤 국면전환을 꾀하면서 북·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