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 없는 천사’ 뜻 기려요”…12번째 축제 풍성

입력 2022-10-04 15:46 수정 2022-10-04 15:55
4일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 앞에서 2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12회 얼굴 없는 천사 축제가 열리고 있다. 맨 앞의 천사비는 전주시가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9년 세운 것이다.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 선행을 기리고 나눔 정신을 이어 받기 위한 12번째 잔치가 성황리에 열렸다.

제12회 ‘얼굴 없는 천사 축제’가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 일대에서 3∼4일 풍성하게 진행됐다.

4일 노송동 주민센터 앞에서는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시민과 함께하는 노래자랑, 축하공연 등이 신명나게 이어졌다. 한쪽 길가엔 전주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글·그림·캐릭터 공모전’ 수상 작품들이 전시돼 주민들의 발길을 모았다.

인근 천막에서는 매듭 팔찌를 비롯 키링 만들기, 마크라메 체험 등의 이벤트가 이어졌다. 천사카페에서는 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노송동 기자촌 옛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오전엔 천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천사저금통’ 분양 행사도 개최됐다.

4일 전주 얼굴 없는 축제에서 매듭 팔찌 만들기 등 각종 체험 행사장에 주민들이 북적이고 있다.

앞서 3일 전야제에서는 천사마을 벽화길을 따라 이어지는 풍물패 길놀이를 시작으로 노래 공연, 천사 관련 영화 상영 등이 펼쳐졌다.

백현규 천사축제조직위원장은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축제로 진행돼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올해에는 대면으로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행사가 노송동 주민뿐만 아니라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시민들의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4일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축제에서 주민들이 전시돼 있는 초등학생 대상 ‘글·그림·캐릭터 공모전’ 수상 작품들을 구경하고 있다.

이 축제는 2011년 시작됐다. 노송동을 비롯한 인근 6개 동 주민들이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하고 작은 잔치와 더불어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해마다 연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노송동 주민센터 옆에 수천만원의 성금을 놓고 가는 이를 일컫는다. 이 천사는 지난 22년간 23차례에 걸쳐 모두 8억 872만 8110원을 낯냄없이 놓고 갔다.

전주시는 2009년 12월 노송동 주민센터 화단에 ‘당신은 어둠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귀를 새긴 비를 세웠다. 이후 기부천사 쉼터를 조성하고 천사의 길, 천사마을 이름도 붙였다. 2018년엔 주민센터 입구에 천사기념관을 조성했다.

그동안 이 천사의 성금은 생활이 어려운 6158여 가구에 현금과 연탄, 쌀 등으로 전달되고 노송동 저소득가정 초·중·고교 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주어졌다.

글·사진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