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 중 절반가량이 실형을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4일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양형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장애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받은 피고인은 1276명이다. 이들은 평균 징역 38.8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536명(42.0%)이 형 집행을 유예받았다.
이 기간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받은 피고인은 1967명이다. 이들의 평균 형량은 44.67개월이었고, 이 중 집행유예자는 절반이 넘는 989명(50.3%)으로 집계됐다.
또 강간죄를 저지른 10명 중 4명 이상이 집행유예 선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강간죄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받은 피고인은 총 6035명(평균 형량 37.15개월)이었지만, 이들 중 2552명(42.3%)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강제추행죄의 집행유예 선고율은 10명 중 7명꼴로 더 높다. 유죄 피고인 1만3139명(평균 형량 12.7개월) 중 9283명(70.7%)이 실형을 피했다.
그동안 법원이 성폭행 가해자를 선처하는 일이 많아 실형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장 의원은 “성범죄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영향이 큰 중대범죄”라며 “유사 범죄 예방을 위해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해 올해 성범죄 양형기준을 의결하면서 집행유예 영역을 한층 까다롭게 변경했다. 지난 7월 발표된 양형기준 수정안을 보면 집행유예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일반 참작 사유에서 ‘피고인의 나이가 많은 경우’가 삭제됐다. ‘고령’의 의미가 불명확한 데다 재범 위험성과 피고인 고령 여부의 관련성이 불분명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주거침입이 동반된 강제추행은 원칙적으로 실형만 선고하기로 했다. 수정된 성범죄 양형기준은 지난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