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일본 열도를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한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NHK와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이날 오전 북한이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발사했다고 오전 7시27분 발표했다. 이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낙하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 정보 전달 시스템인 엠넷(Em-Net)의 속보와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으로 미사일 발사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와 방송 등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열도 최북단인 홋카이도와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 주민들에게 “건물 안에 있거나 지하로 대피하라”는 피란 지시를 내렸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폭거”라고 규정하면서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피해 파악과 정보 수집, 관계국과의 연계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도 이날 오전 7시23분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동쪽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사거리, 고도, 속도 등 제원을 분석 중이며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올 초 IRBM 발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도발에 들어갔다. 이때 발사는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을 발사한 후 4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쏜 것이었는데, 북한은 이후 2월 27일, 3월 5일, 3월 16일, 5월 25일 잇따라 최신 ICBM 화성-17형을 발사했다. 또 3월 24일, 5월 4일에는 역시 ICBM인 화성-15형을 쐈다.
이처럼 북한의 IRBM 발사는 도발 수위 상승의 전조로 볼 수 있는 까닭에 북한이 이후 ICBM 발사는 물론 준비를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7차 핵실험을 조만간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IRBM은 미국의 분류 기준상 사거리 3000∼5500㎞의 탄도미사일이다. 사거리 1000∼2500㎞인 준중거리탄도유도탄(MRBM)보다 사거리가 길고, 5500㎞ 이상인 ICBM보다는 짧다.
북한은 이날까지 최근 열흘 사이 5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이틀에 1회씩 미사일을 발사한 셈이 됐다. 앞서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지난달 25일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1발, 2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 29일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2발, 지난 1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씩 각각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1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9번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