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속 ‘낑낑’…산 채로 쓰레기 짓눌려 유기된 강아지

입력 2022-10-03 07:55 수정 2022-10-03 10:35
서울 강남구의 한 거리에서 쓰레기봉투 안에 담긴 채 버려진 강아지. 케어 인스타그램 캡처

생후 4개월 된 강아지가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졌다가 구조됐는데, 연락이 닿은 견주는 “안락사시키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동물권단체 ‘케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달 30일 새벽 4시쯤 서울 강남구 학동로 앞 노상 쓰레기봉투 안에 살아있는 4개월령 강아지를 학대하고 유기한 사람을 동물학대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케어에 따르면 최초 목격자는 퇴근길에 강아지 비명소리를 듣고 주변을 살폈다. 이내 쓰레기봉투에서 난 소리인 걸 알게 된 목격자가 다가가서 살펴보자 작은 강아지가 봉투 안에서 쓰레기에 짓눌린 채 발버둥 치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거리에서 쓰레기봉투 안에 담긴 채 버려진 강아지. 케어 인스타그램 캡처

케어 측은 “750g밖에 되지 않는 4개월 된 강아지는 파란색 쓰레기봉투에 구겨진 채 넣어졌다”며 “숨도 쉬지 못하게 비닐을 꽁꽁 묶어놓았고 강아지 위에 배변 패드로 꾹 눌러 나오지 못하도록 한 것은 죽음에 이르도록 학대를 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구조 당시 강아지는 뼈를 앙상하게 드러낸 채 한쪽 눈이 심하게 부어 있었다고 한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겨우 목만 가눌 수 있는 상태였다. 쓰레기봉투 안에서는 하얀 배변패드, 실리콘 배변판, 여성의 화장품 통과 영수증 등이 발견됐다.

구조된 강아지는 포메라니안 믹스견이었다. 케어는 “목격자가 포메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시간은 쓰레기 수거 차량이 다니는 시간이었다”며 “목격자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포메는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수거차 안에 던져져 쓰레기들 속에 묻혀 어딘가로 가서 고통 속에 죽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거리에서 쓰레기봉투 안에 담긴 채 버려진 강아지. 케어 인스타그램 캡처

경찰이 CCTV와 쓰레기봉투 안의 영수증 등을 참고해 추적한 결과 유기한 용의자는 강아지의 주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케어는 주인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케어는 “(견주는) 강아지가 발견된 사실을 알면서도 경찰에 ‘안락사하라’라고 했다고 한다”며 “학대해 유기한 것인지에 대해 집중 수사하도록 경찰에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케어는 향후 강아지를 기증·입양받아 직접 치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