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상 후… 세계 주식·채권 6경3000조원 증발

입력 2022-10-02 11:25 수정 2022-10-02 12:49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이틀간의 FOMC 정례회의를 마친 지난 22일(한국시간) 수도 워싱턴 DC 연준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의 배경과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뒤 지난 9월까지 6개월간 세계 주식·채권 시장에서 총 44조 달러(약 6경3000조원)가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시장 위축으로 자금 조달이 곤란해지면서 채무 문제를 촉발할 위험에 놓였다. 세계 채권·주식의 가치가 급감하고 있다”며 “지난 4~9월 총액 44조 달러, 일본 엔화로 약 6300조엔이 소진돼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으로 고강도 긴축에 들어갔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 포인트로 시작됐다.

연준은 이후 ‘빅스텝’(0.5% 포인트)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으로 금리 인상률이 상향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 22일 FOMC 9월 정례회의까지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3.00~3.25%다. 이 과정에서 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의 채권종합지수를 종합하면 세계 채권 잔고는 같은 기간에 20조 달러나 감소한 125조 달러로 집계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같은 기간으로 설정해 추산한 세계 주식 시가총액은 110조 달러에서 86조 달러로 줄었다. 24조 달러나 감소한 셈이다. 주식·채권을 합산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44조 달러가 연준의 금리 인상 국면에서 6개월간 감소했다.

이런 채권·주식 감소폭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2009년 3월 기간 11조 달러의 4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