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선교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상하며 주목받는 키워드가 있다. 지역교회를 뜻하는 모달리티(Modality), 선교단체를 의미하는 소달리티(Sodality)간 협업이다. 이를 30년간 실천해 온 선교단체와 교회가 있다. 1985년 창립한 온누리교회와 1992년 설립한 두란노해외선교회(TIM)다.
TIM 한충희(62) 본부장도 최근 서울 용산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온누리교회의 선교 역사를 알려면 TIM의 역사를 보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한 본부장은 35년간 외교부에서 근무하고 뒤늦게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신학연구상담학(MTS)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19년 한국독립교회 선교단체연합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20년 1월 TIM 본부장으로 취임했다.
모달리티와 소달리티는 세계적 선교학자인 랄프 윈터가 사회학 분야의 용어를 채용해 교회의 이중 구조를 설명하려고 만든 용어다. 지역교회와 선교단체가 서로 보완하고 상호 신뢰와 이해, 존중과 협력을 통해 선교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TIM은 30년간 온누리교회와 모달리티-소달리티 관계를 이어오며 총 1450여명의 선교사를 55개국에 파송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그래서 한 본부장이 설명하는 TIM 30년 시간의 시작도 온누리교회였다.
“온누리교회는 하용조 목사님이 개척할 때부터 선교적 교회를 지향했어요. 그러나 교회는 예배와 큐티에 집중해 정적인 분위기였죠. 반대로 성도들은 마음에 복음이 요동치는 걸 경험했어요. 선교를 안 하고는 못 배기는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구원의 역사와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을 성도들이 갖게 됐죠.”
개척 초기였지만 성도들은 단기선교 현장으로 갔다. 그 곳에서 예수의 복음을 접한 사람들이 회심하는 걸 보고 돌아왔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온누리교회 예배는 더 뜨거워졌고 파송선교사를 꿈꾸는 성도도 늘었다. 개척 7년 된 온누리교회는 선교단체를 세워 모달리티와 소달리티를 작동시켰다. TIM의 시작이다.
한 본부장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 모달리티와 소달리티다. 한팀으로서 유기적 순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특히 이슬람 힌두 불교와 사회주의 국가 등 영적 불모지를 개척하는 데 교회와 TIM의 협업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어려운 지역에 선교하러 들어가는 선교사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다. 여기에 선교지 사역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살피고 선교사 재교육도 했다.
TIM이 선교사 훈련 때 공들이는 건 온전한 리더십 세우기다.
한 본부장은 “교회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양육하려면 교회를 개척해 제자를 양육해야 한다”며 “교회 건물을 짓는 개척이 아니라 예배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거기서 선교사들이 예배자를 배출해 세우는데 일종의 처치 플랜팅”이라고 말했다.
TIM은 또 선교 전략을 짜고 지역별로 고르게 선교사를 파송하도록 컨트롤하는 등 헤드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는 후방 지원에 나섰다. 아버지 학교 교재, 찬양 파일 등 현지 사역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선교를 가지 못하는 성도들은 선교사를 후원했다.
TIM이 강조하는 협력은 파송 선교사에게도 적용된다. 팀 사역이다.
한 본부장은 “나라별 지역별로 선교사들의 유닛을 만들었는데 7, 8년 됐다. 팀이면 개인이 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고 위험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며 “사역지를 잠시 비워야 할 때도 팀원이 빈 자리를 메워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TIM이 진행할 사역은 난민이다.
“시리아는 물론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까지 많은 난민들이 있어요. 주로 난민들은 선교하기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인데 하나님이 이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게 아닐까 싶어요.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난민선교’라 봤죠.”
아동 여성 등 약자의 인권과 기후 환경을 보호하는데도 나설 예정이다.
한 본부장은 “자유와 정의 존엄성이 회복되는 게 필요한 시대다. 그리고 창조질서를 보호하는 것도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본부장은 코로나 이후 선교를 고민하는 교회들이 각자의 방식에 맞춰 모달리티와 소달리티를 적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한 본부장은 “교회마다 강조점도 다르고, 철학도, 비전도 달라 하나의 모델을 적용해선 안 된다”면서 “중요한 건 협업”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협업이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한 본부장은 “보통 ‘협력’‘협동’으로 쓰는 코오퍼레이션(cooperation)이 그냥 한 방향으로 함께 밀고 가는 것이라면 콜라보는 융합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협력을 위해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선교지에서 선교 방법론을 찾기 위해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TIM은 이 같은 30년 노하우를 한국교회와 공유하기 위해 오는 4~5일 온누리교회 양재 기쁨홀에서 ‘미래선교전략 컨퍼런스’를 갖는다. 국내외 선교환경을 분석하고 한국교회의 선교적 과제와 선교의 모달리티-소달리티 관계, 차세대 선교동원 등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