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국어사전 속 차별·비하 표현에 ‘주의’ 문구 표시된다

입력 2022-09-30 13:22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국어사전에서 차별·비하 의도가 담긴 표현을 검색하면 이용자에게 차별·비하 의미가 담겨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안내 문구가 표시된다. 국어학자·법률가·교육전문가가 논의를 통해 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제어 중 차별·비하 의미가 담긴 단어 546개를 선정한 결과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30일 ‘포털 국어사전 내 차별·비하 표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KISO의 권고를 받아 안내 문구를 표기하기로 했다.

네이버·카카오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어사전 서비스 표제어 뜻풀이 하단에 “차별 또는 비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용에 주의 필요합니다”는 내용의 문구를 표시했다. 예를 들어 ‘딴따라’라는 단어를 포털에서 검색한 뒤 어학사전에서 의미를 찾아보면 단어 뜻과 함께 파란색 안내 문구가 표기되는 식이다. 안내를 클릭하면 KISO의 ‘차별표현 바로알기 캠페인’ 안내 페이지로 연결된다.

앞서 KISO는 지난해 8월 어학사전 자문위원회를 꾸렸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국어학 연구팀 도움을 받아 포털 국어사전에 차별·비하 의도가 담긴 표제어 1만여개를 수집했다. 이 중 사람에게 쓰이는 표준어 단어 690여 개를 검토 대상으로 추렸다. 말뭉치와 빅데이터를 분석해 실제 해당 단어가 긍정‧부정‧중립 의미로 얼마나 쓰이는지 비율을 확인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소셜미디어(SNS), 블로그, 뉴스에 나타난 연관어까지 살펴봤다고 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오피스 모습. 뉴시스

그 결과 전체 차별·비하 표제어의 25.6%는 성격이나 습성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으름뱅이, 겁쟁이, 얌체처럼 성격을 나타내는 요소가 부정적이면 대부분 차별‧비하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능력‧직업 관련 차별‧비하(22.4%), 사회적 취약계층(10.9%), 외모‧차림새(9.1%), 인종‧출신지(6.5%), 성별(4.3%), 나이(4.2%), 성적대상(3.7%), 종교(1.1%) 순이었다. 보고서는 “장사꾼’의 경우 차별‧비하 예문 비율이 14.28%로 낮았으나 자문위는 ‘~꾼’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에 낮잡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고 차별‧비하 표현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자문위원장을 맡은 황창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단순히 차별·비하 표현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명확한 근거와 전문가적 시각을 더했다. 이번 연구를 토대로 차별과 혐오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