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이용자가 쏘아올린 공… 입법·판례 영향 미치나

입력 2022-09-30 11:59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운영 미숙에 항의하는 마차 시위가 지난 13일 판교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게임이용자 자율협의체 제공

게임은 국내 콘텐츠 수출액 70%를 차지하는 효자 산업이다. 게임 산업의 성장세와 더불어 e스포츠의 인기 또한 높다. 하지만 이러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국내 게임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특히 근래 이용자들은 게임사의 꽉 막힌 소통 방식에 저항해 적극적으로 집단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들은 판교 카카오게임즈 사옥 인근에서 마차 시위를 하며 게임사의 부적절한 태도에 항의했다. 도시를 활보하는 마차에 정치권까지 꿈틀거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등이 사태에 대해 직접 의사를 표시하고 나섰다. 이용자들이 대규모 환불 소송까지 벌이는 가운데 ‘우마무스메 사태’가 입법과 법원 판례 등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 받고 있다.

국민일보 삽화

“과금은 고객 개별의 선택”… 甲의 입장 고수한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리콜소송대표인단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환불을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총 201명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며 소송 가액은 4020만원으로 집계됐다.

소송은 카카오게임즈의 운영 미숙으로 인해 발생했다.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일본과 국내 서버 사이의 재화 차별, 주요 이벤트인 ‘챔피언스 미팅’에 대한 공지 지연으로 생긴 손해 등을 이유로 항의를 지속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사과문을 올리며 수습을 시도했지만 이용자들은 ‘제대로 된 소통’을 요구하며 마차와 트럭을 대동한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간담회는 파국으로 끝났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7일 판교 사옥에서 게임 이용자 자율협의체와 8시간 동안 간담회를 진행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원개발사인 일본 사이게임즈 측과의 논의 절차 개선, 공지 시스템 보완 등을 약속했으나 간담회 막바지에 이용자들의 환불 요구에 불가 방침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웠다. 소송 총대의 “환불을 원하는 이용자의 요구를 들어줄 의사가 있냐”는 질의에 카카오게임즈는 “당장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이용자의 피해 사례에 대해 “아쉽지만 고객 개별의 선택이었고, 피해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대답으로 이용자들의 분노를 샀다.

카카오게임즈는 간담회 이후에도 수습 제스쳐를 이어갔지만 근본적인 태도에 변화가 없었기에 이용자들의 항의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책임자 교체 및 대표 직속 TF 설치, 논란이 됐던 ‘키타산 블랙 뽑기’에 대한 구제책 마련 등을 약속했지만 이용자들은 수긍하지 않았다. “변화가 없다”며 이용자들은 집단 환불 소송을 결국 감행했다.

정신적 피해, 인정 가능할까

지난 23일 '우마무스메 리콜소송대표인단'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환불을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위자료 청구 범위다. 이용자들이 낸 소장에는 ▲게임의 미숙한 운영으로 인해 게임 이용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 ▲게임 서비스를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정신적 손해 등의 요구가 담겼다.

현재까지 이용자가 요구하는 소송 가액은 4020만원으로 집계된다. 다만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리콜 영수증을 모은 김성수씨는 계산하지 못한 영수증을 추가 청구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모은 영수증 7000통을 모두 계산할 경우 약 80억까지 소송 금액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용자 측이 승소할 가능성은 일단 높진 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우마무스메 환불 소송은 현행법상 불리한 측면이 있다. 이용자들의 환불 소송은 채무불이행, 그 중에서도 불완전 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에 해당한다. 손해배상청구가 받아들여 지려면 카카오게임즈 측의 고의 또는 과실, 계약을 위반한 채무불이행 사실 등이 필요하다. 또한 청구인에 해당하는 이용자들은 이러한 사실과 이용자들이 입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이용자 관점에서 힘든 싸움인 셈이다.

법무법인 경천의 오지영 변호사는 “현재 우마무스메 이슈의 경우 객관적인 장애나 결함이라기보다 운영 미숙으로 게임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취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채무자의 귀책 사유나 채무불이행 사실을 입증하려면 ▲게임 개발사 또는 운영사가 작성한 약관 규정 자체가 약관 규제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 ▲게임 소프트웨어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 ▲게임운영 측의 입증 가능한 고의 과실로 객관적 장애 존재하는 경우 등이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주장은 객관적으로 입증될 수 있는 성질보다, 주관적 불만에 가깝다고 볼 여지가 있다.

오 변호사는 “약관에 상세히 정해둔 게임 운영 방식이나 특정 아이템, 이벤트의 발동조건을 위배해 서비스가 이뤄졌다면 계약위반, 즉 채무불이행을 주장할 수 있다”며 “그러나 통상 이러한 내용을 약관에 규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이다. 이용자 측은 게임 서비스를 즐기지 못해 생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한다. 우마무스메 리콜 소송을 대리하는 신재연 변호사는 “정신적인 손해 배상이 인정되고 위자료 청구까지 가능한지가 의미 있는 쟁점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게임에 대한 열린 시각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정신적 손해 배상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판례상 재산상 손해가 추가적인 정신적 손해를 상당하게 초래할 것으로 보이는 때 외에는 별도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삽화

어려운 싸움에도… 이용자들이 부딪히는 이유는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최근 ‘리니지2M’ 이용자들과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란 목적 아래 손을 잡았다. 앞서 리니지2M 태연합 혈맹 소속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가 특정 유튜버에게만 광고료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이용자 사이에 불공정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게임 산업은 나날이 커가고 있지만 이에 비해 이용자를 보호하는 방지책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이용자를 보호하는 조항이 포함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신 변호사는 “전자상거래상의 혹은 표시광고법상의 게임 이용자들이 좀 더 보호할 만한 방향의 입법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소송의 목적 중에 하나”라고 밝혔다.

게임사는 약관이라는 막강한 방어책이 있다. 약관은 게임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불 등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는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약관법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 조항이 있을 때 이를 설명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용자가 게임사를 상대로 이를 입증하는 건 매우 어렵다.

이번 소송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크다. 이상헌 의원은 “제도 개선부터 필요하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게임이용자 시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처리 중인 이용자 권익 보호 관련 법안들이 조속하게 심사되어야 한다. 이용자 권익 강화를 위한 추가 입법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진솔 인턴기자 s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