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카를로스 벨로(74) 동티모르 가톨릭 주교가 1990년대 동티모르에서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황청이 벨로 주교에게 제재를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교황청이 29일(현지시각) 벨로 주교에게 징계 제재를 부과한 사실을 성명으로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성 학대 사건을 다루는 교황청 부서가 지난 2019년 주교의 행위와 관련한 의혹을 접수한 뒤 1년 만에 제재를 부과했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벨로 주교에게 사역 수행 제한, 미성년자와의 접촉 금지 등의 제재를 가했고 벨로 주교는 이를 모두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의 성명은 네덜란드 주간지 ‘더 흐루너 암스테르다머르’가 벨로 주교의 아동 성 학대 의혹을 폭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매체는 피해자 증언을 토대로 벨로 주교가 1990년대 동티모르에서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뒤 그 대가로 돈을 줬다고 폭로했다.
‘파울로’라는 가명의 피해자는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에 있는 주교 관저에서 벨로 주교에게 성적 학대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로베르토라’는 가명의 또 다른 피해자 역시 14살 때부터 벨로 주교에게 상습적으로 성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피했지만 “일반적으로 과거 수상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스테판 뒤자릭 유엔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일로 정말 충격을 받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성추문에 휩싸인 벨로 주교는 동티모르의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6년 호세 라모스-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과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벨로 주교는 2002년 11월 26일 딜리 교구의 사도 행정관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를 받아들였다. 벨로 주교의 사임 이유나 교황이 벨로 주교를 왜 동티모르에서 모잠비크로 보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바가 없다. 이 때문에 2002년 교황청이 이미 벨로 주교의 성추문을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포르투갈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벨로 주교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존경받는 사제였던 벨로 주교의 성 추문이 제기되자 가톨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동티모르 딜리 교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