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은 1987년 개헌 이후 네 번째다.
이제 공은 윤석열 대통령 손으로 넘어갔다.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 윤 대통령이 이미 박 장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여야 모두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될 경우, 정기국회가 중반전에 접어든 상황에서 여야 간 충돌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국회는 29일 오후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발의한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무기명 표결에서는 재석 170명 중 찬성 168표가 나왔다. 반대와 기권이 각각 1표였다.
국민의힘은 이번 해임건의안에 반대하며 단체로 퇴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정의당 의원 6명은 전원 표결에 불참했다.
박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거쳐 대통령실로 넘어감에 따라 윤 대통령의 선택에 국민적 시선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박진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며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수용 거부 의사를 미리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할 때이고 총칼 없는 외교전쟁의 선두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임건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을 뿐 아니라, 법안도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장관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대한) 제 입장은 이미 말씀드렸고,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임건의안 가결은 1987년 개헌 이후 네 번째다.
2001년 8월과 2003년 8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딩(옛 국민의힘)이 각각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두 장관은 모두 자진사퇴했다.
이후 2016년 9월 야당이던 민주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 의결 다음날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넘어온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 의사를 밝힌 첫 사례다.
박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 여부를 놓고 국회는 하루종일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개최된 본회의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종료 직후 해임건의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여야 간 의사일정을 합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정회한 후, 양당 간 의사일정 협의를 주문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김 의장은 오후 6시에 본회의를 개최했다. 당초 김 의장과 민주당은 오후 3시 본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주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에게 ‘박 장관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방한 일정을 수행 중이고, 해리스 부통령이 오후 6시쯤 출국할 예정이라 한다. (박 장관이) 그야말로 치열한 외교 현장에 있는데 등에 칼을 꽂아서 되겠냐’고 항의를 세게 했더니 시간이 늦춰진 것 같다”고 전했다.
최승욱 이상헌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