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비무장지대(DMZ)를 예정대로 방문했다. 북한의 위협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한·미동맹 및 대비태세를 강조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29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 중 처음으로 DMZ를 직접 찾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북한을 향해 ‘악랄한 독재정권’ ‘불법 무기 프로그램’ ‘인권 침해’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앞서 북한은 한·미 연합 해상훈련이 진행 중이던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1발 발사한 데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DMZ에 방문하기 전날인 2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DMZ 방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미국 행정부 최고위급에서 확약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이어 하원의장, 부통령까지 미 의전서열 1·2·3위가 4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모두 방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그만큼 미 정부가 한·미 동맹에 부여하는 높은 중요성과 신뢰를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역설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DMZ 방문과 관련해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와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북한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발신하는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해리스 부통령의 DMZ 방문 및 강도 높은 비난 등을 빌미 삼아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리 군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준비 동향을 포착하고 추가 도발 가능성을 주시하며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DMZ 방문에 앞서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신기원을 연 여성들과의 라운드테이블’이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의 한국 여성 리더들과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는 ‘피겨 퀸’ 김연아, 최수연 네이버 대표, 배우 윤여정, 김정숙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 회장,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소설가 김사과, 이소정 KBS 뉴스 앵커 등이 참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는 여성들이 성공할 때 모든 사회가 성공한다고 강하게 느낀다”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강화하길 원한다면 성 평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방한 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성의 지위에 근거해 민주주의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꺼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간의 접견에서 “여성 문제와 관련해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브리핑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접견 직후 한국 여성 리더들과의 간담회 일정을 거론하면서 “여성 지도자를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사회 여성들의 참여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오늘 여성 지도자 환담이 유익한 결과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정부도 여성 역량 강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