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3시 15분. 서울 서초구 서울경찰특공대 건물 상공에 검은색 비행물체가 나타났다. 노란색 가스를 살포하는 드론 한 대였다. 조종자는 보이지 않았다.
“미승인 드론이 접근 중이니 대비해달라”는 방배경찰서의 상황 공유가 떨어지자 특공대 소속 전술요원 두 명이 총기 모양의 전파 차단기를 드론에 겨눈 다음 작동시켰다. 총성도 없이 드론은 그 자리에 떨어졌지만, 성분 불명의 가스는 계속 흘러나왔다.
곧 방배서장 지시로 현장에 급파된 긴급현장상황반원들이 레벨C 보호복을 착용한 채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남태령지구대 소속 경찰들과 함께 드론이 떨어진 지점 사방 300m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시민·차량을 통제했다. 뒤이어 한강유역환경청과 119 특수구조단, 수도방위사령부 22화생방대대 및 서초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속속 합류했다.
2차에 걸친 현장 탐지 결과 드론에서 흘러나온 가스의 정체는 대량살상용 화학무기에 쓰이는 ‘사린’이었다. 특공대 요원들이 1차로 원점을 제독하자 화생방대대 소속 K-10 차량이 일대에 제독제를 광범위하게 살포했다. 오염수는 별도로 수집·처리됐다.
실제였다면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이날 상황은 서울경찰청 주최 대테러 관계기관 합동훈련의 일부였다. 훈련에선 드론을 활용한 화생방 테러뿐 아니라 드론에서 폭발물을 떨어뜨리는 테러, 총기를 소지한 범죄자들의 인질극 상황도 다뤘다. 경찰은 드론이 대테러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에도 대비해 훈련했다. 인질극 상황에서 드론 두 대를 활용해 좁은 건물 내부를 정찰해 테러리스트들과 인질 위치를 파악하는 장면을 시연한 것이다.
해외에선 이미 드론 테러가 새로운 테러 유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2019년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산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 두 곳이 폭발물 드론에 의해 피격돼 가동을 멈췄다. 그보다 앞선 2015년엔 방사능이 검출된 흙을 실은 드론이 일본 총리 관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피해를 입힌다는 게 현대 테러의 특성”이라며 “단일 기관에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