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선물박스’들고 고향 우크라이나 찾는 그녀는

입력 2022-09-29 16:42 수정 2022-09-29 17:13
우크라이나에서 온 엘리자베스 그로프씨가 29일 서울 송파구 예한교회에서 전 세계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전달될 OCC선물상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어릴 적 고아원에서 받았던 ‘OCC선물상자’ 속 요요 장난감은 하나님 사랑의 상징이었고 희망이었습니다. OCC선물상자는 그저 장난감 상자가 아닙니다. 한 아이가 복음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엘리자베스 그로프(28·여)씨는 사마리안퍼스코리아(대표 크리스 위크스)가 29일 서울 송파구 예한교회에서 마련한 ‘오퍼레이션 크리스마스 차일드(OCC) 프로젝트 리더 워크숍’에 간증자로 나서 이렇게 고백했다.

OCC는 사마리안퍼스코리아의 미국 본사 사마리안퍼스(회장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를 필두로 전 세계 복음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후원자가 직접 골라 마련한 선물 상자와 함께 복음을 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전도사역으로 꼽힌다.
사마리안퍼스가 전달할 OCC선물상자 예시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그로프씨 역시 OCC선물상자와 함께 복음을 접한 아이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한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어머니와 함께 자랐다. 어릴 때부터 구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다. 7세 때 가출해 거리를 떠돌다 보육원에 보내졌다. 제대로 된 사랑조차 받아보지 못한 그녀의 삶에 빛이 들기 시작한 건 사마리안퍼스가 OCC선물상자를 건네면서부터였다.

그로프씨는 “OCC선물상자는 세상에서 처음으로 받아본 선물이자, 우크라이나에서 유일했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 하나님이 곁에 계심을 느끼게 해 준 선물이었다”고 회상했다.

13세 때 미국으로 입양된 그로프씨는 입양 가정 부모의 사랑 안에서 성장해 지금은 매년 예전의 자신과 같은 상황에 있는 아이들에게 OCC선물상자를 보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금까지 8000개가 넘는 선물상자를 보냈다.
OCC 사역에 동참하는 각 교회와 단체 담당자를 뜻하는 ‘프로젝트 리더’들이 이날 직접 선물 상자를 포장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OCC선물상자 사역은 1993년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160여 국에 1억9800만 상자가 전달됐다. 2억 상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모아진 선물상자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들에게 전달된다. 그로프씨는 이 가운데 2억 번째 OCC선물상자를 들고 빠르면 오는 12월쯤 고향으로 들어가 현지 아이들에게 복음과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크리스 위크스 대표는 이날 “개인 후원자를 비롯해 후원 교회와 단체, 그리고 현지교회와의 협업으로 가능했던 사역”이라며 “그로프씨와 같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보낸 OCC선물상자를 받고 예수님의 제자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크리스 위크스 사마리안퍼스코리아 대표가 이날 인사말과 함께 사역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사마리안퍼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해에만 OCC선물상자를 받은 전 세계 400만 여명의 아이들이 사마리안퍼스의 12주 제자 양육 과정 ‘가장 위대한 여정’에 참여했다. 사마리안퍼스코리아는 이 가운데 약 58%(230만여명)가복음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