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삼식-최우정-정영두의 신작 ‘마디와 매듭’이 온다

입력 2022-09-29 06:00 수정 2022-09-29 09:19
극작가 배삼식(왼쪽부터), 작곡가 최우정 그리고 안무가 겸 연출가 정영두는 10월 7~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첫선을 보이는 ‘마디와 매듭’에서 호흡을 맞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작가 배삼식, 작곡가 최우정 그리고 안무가 겸 연출가 정영두.
압도적 존재감을 가진 세 예술가가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10월 7~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마디와 매듭’은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은 도시화 이전 자연이 부여하는 질서 속에서 계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여인들의 생활상과 심리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24절기 가운데 동지부터 하지까지 13개 절기의 풍경과 세시풍속을 배경으로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춤과 노래로 그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의 가치를 반영한 공연을 제작하기 위해 지난 2020년 ‘아시아스토리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새로운 공연 키워드로 발굴했다. 그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작품을 의뢰받은 정영두가 배삼식과 최우정을 추천하면서 창작진이 꾸려지게 됐다.

세 창작자는 지난 2017년 서울 돈화문국악당의 음악극 ‘적로’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이후 두터운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또 국립오페라단 ‘1945’에선 배삼식 극작, 최우정 작곡, 정영두 안무로 참여했으며 국립창극단 ‘리어’에선 배삼식 극작, 정영두 안무 겸 연출로 함께 작업했다.

작품 리서치 과정에서 정영두는 근현대 한국문학 속 여인들의 이미지와 자신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을 더듬는 작업을 가졌다. 그리고 이들 여인들이 자연의 변화를 몸과 마음으로 감각하며, 인내와 지혜로 삶을 살아가는 것에 주목했다. ‘마디와 매듭’은 그동안 ‘1945’ ‘화전가’ 등을 통해 근현대사 뒤켠 여인들의 서사에 주목해온 배삼식의 작업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번 작품에선 주인공과 내러티브가 분명한 전통적 희곡에서 탈피해 다양한 연령대의 여인을 화자로 등장시켜 절기에 따른 그들의 생활상과 심리를 시적인 노랫말 안에 녹여냈다. 앞서 배삼식이 매화를 모티브로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 서울예술단의 ‘이른 봄, 늦은 겨울’과 맞닿아 있다. 최우정은 이번에 서정적이고 때로는 경쾌한 선율로 배삼식의 노랫말과 정영두의 안무를 유기적으로 이어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해 선보인 ‘마디와 매듭’ 쇼케이스 장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제작발표회에서 배삼식은 “요즘 여성의 삶을 다룬다고 하면 힘든 현실과 맞서 싸우는 주체적인 모습을 기대한다. 하지만 과거에 그렇게 살지 못했던 여성의 삶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을 설명했다.

‘마디와 매듭’은 지난해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올해는 어르신 세대의 인터뷰 영상을 추가하고 등장하는 무용수와 연주자 규모도 늘려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피아노, 대금, 클라리넷, 타악, 아코디언 등 서양 악기와 전통악기가 특별한 화음을 만들고, 광주 송원초등학교 중창단 어린이들의 합창으로 풍성함을 더한다.

정영두는 “자연에 대한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험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 안타까워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공연에도 포함시켰다”며 “어머니, 나아가 여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온 세대가 모여서 봐도 어렵지 않은 작품이 되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전통음악의 가창을 담당하는 세 가지 소리가 모두 등장한다는 점이다. 선비들이 주로 불렀던 정가, 황해도와 평안도를 중심으로 한 서도민요, 1인 소리꾼이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는 판소리다. 정가의 김나리, 서도소리의 김무빈, 판소리의 조아라가 출연해 무대를 꾸민다. 정영두는 “24절기를 모두 작품에 담고 싶었으나 공연 시간이 90분이 돼 이번엔 동지부터 하지까지 작품을 준비했다”며 “앞으로 재공연 하게 되면 24절기를 모두 작품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