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문학상 수상 옌롄커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

입력 2022-09-28 16:55 수정 2022-09-28 17:33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수상하는 중국 대표 소설가 옌롄커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울 은평구 제공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 작품 다수가 ‘금서’로 묶인 작가, 옌롄커(65)가 서울 은평구가 제정한 국제 작가 상인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옌롄커는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호철 작가의 예술과 투쟁정신이 가득한 이 상을 중국 작가인 저에게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이 상을 받기 위해 3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에 나오게 돼서 더욱 기쁘다”라고 말했다.

연롄커는 2010년 발표한 장편 소설 ‘사서(四書)’로 이번 상을 받게 됐다. ‘사서’는 중국 문화대혁명을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중층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중국에서는 금서로 분류돼 출판되지 못했다. 또 다른 대표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등 그의 소설 8권이 금서로 지정됐다.

옌롄커는 “내 모든 작품이 중국에서 출판되지 않는 건 아니다. 일부 작품은 출판됐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출판되지 않은 작품들도 홍콩과 대만에서는 출판됐다”면서 “홍콩과 대만에서는 출판됐다는 건 중국에서 출판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중국의 상황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경직돼 있지 않다”면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중간 정도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적으로 출판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 작가는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서’에 대해서는 “내겐 굉장히 중요한 책이다. 이 소설이 대약진이나 대기근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서 서술이나 표현 등에서 예술적 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라며 “내겐 무엇을 쓰느냐 보다 어떤 방법으로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옌롄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벨문학상에 대한 생각이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제가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대답하지 않았다.

소설가 이호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국제 작가에 주는 본상(상금 5000만원)과 국내 작가에 주는 특별상(상금 2000만원)을 시상한다. 특별상에는 ‘시베리아의 이방인들’을 쓴 장마리 소설가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29일 오전 10시 은평구 진관사 한문화체험관에서 열린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