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이 올해 대(對)중국 무역수지에서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반면 대만은 탄탄한 흑자를 누리는 중이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이 명암을 갈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는 28일 발표한 ’한국과 대만의 대중 무역구조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중 무역수지에서 한국은 5월 이후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대만은 견조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의 수출이 부진했다. 반대로 리튬이온 배터리 및 원료, LCD 등의 중간재 수입이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 악화를 불렀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증가세를 보이다 올해 8월에 감소세를 돌아섰다. 2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와 달리 대만은 중국의 봉쇄조치 및 양안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 중이다.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보복조치로 중국은 대만에 경제 제재 및 군사적 위협을 가했다. 그런데도 지난달에 대만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21.8%나 증가했다.
무역협회는 대만이 대중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한 비결로 TSMC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기술력과 시스템 반도체 위주의 수출을 꼽았다. 대만의 파운드리 4개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64% 점유율(올해 1분기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대만의 대중 반도체 수출에서 시스템 반도체 비중은 73.8%에 달했다.
또한 대만은 반도체 제조의 마무리 단계인 후공정(패키징 및 테스트)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를 자국 내에 구축했다.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만은 대중 반도체 수출액에서 2019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한국을 추월했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생산 전 범위에 걸쳐 튼튼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한국도 메모리 반도체의 강점을 살리면서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경쟁력을 높여가는 식으로 균형 잡힌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