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각각 유지했다고 28일 밝혔다.
피치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6%로 내다봤다. 지난 1월 3.0%, 3월 2.7%에 이어 또 한번 하향 조정한 것이다.
피치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서비스 소비로의 전환 등이 수출·설비투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한국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부문에 대해서는 현재 하강기에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핵심 성장요인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공행진 중인 소비자물가와 관련해서는 올해 상승률이 5.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 전망치 3.5%에서 상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5%다.
피치는 한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8월 들어 다소 완화됐으며 향후 원자재 가격 둔화, 통화 긴축 등으로 완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해 올해 말 한국 기준금리가 2.7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한국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에도 대외 건전성과 거시 경제 성과가 견고하고, 수출 부문이 역동적인 점 등을 균형 있게 반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낮은 수준의 거버넌스 지수,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도전 요인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피치가 언급한 ‘거버넌스 지수’는 세계은행(WB)이 조사해 발표하는 것으로 정치 안정, 정부 효율, 부정부패 통제, 규제의 질, 언론의 자유, 법치 6개 분야가 포함된다.
피치는 한국의 대외건전성은 대외순자산과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월 경상지급액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6개월로 AA등급 국가 중간값인 2.2개월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도 “최근 발표된 재정건전화 계획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의 재정 여력은 단기적으로 국가채무 증가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가계부채 역시 “금리 인상과 성장 둔화 기조 속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잠재적으로 위험요인이 될 수 있으나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엄격한 신용심사 기준과 가계 저축 등은 가계부채가 자산건전성 악화와 금융부문 전반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한한다”고 진단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