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과 북측 간 사업권 계약 체결을 위해 도와주는 대가로 쌍방울로부터 억대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이화영(킨텍스 대표이사)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8일 구속됐다. 이 전 부지사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가 당시 경기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로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수원지법 김영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뇌물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 범인도피 등 혐의를 받는 쌍방울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에 지난 27일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한 뒤 수원구치소에서 법원 판단을 기다리던 이 전 부지사 등은 구속된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구속된 이 전 부지사 등을 상대로 뇌물의 대가성 및 여죄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전망이며, 당시 경기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로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독자적으로 쌍방울과의 유착 관계를 형성했는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2018년 6월 경기지사로 선출된 후 남북 문화교류, 경제특구, 배후공단 조성 등 남북교륙협력사업에 대한 구상을 밝히며 대북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쌍방울 그룹이 이 대표의 2018년 선거법 사건 변호사들의 수임료 20억여원을 전환사채 등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변호사비 대납의혹도 수사 중이어서 최종 수사 단계에선 결국 이 대표가 조사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구속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사외이사직이 끝나고 도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올해 초까지 3년여간 법인카드와 외제차 등 차량 3대를 쌍방울로부터 제공 받는 등 뇌물 2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등재해 임금 9000여만원을 지급받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뇌물을 받은 대가로 2019년 1월 쌍방울 전 회장과 함께 중국 선양으로 출국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 관계자를 만나 쌍방울과의 남북경협 사업을 합의하고, 같은 해 5월에는 합의서를 작성할 때에도 동석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 합의로 북한의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에 대한 사업권을 쌍방울 계열사가 약정받았고, 그 직후 계열사의 주식은 급등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 계열사 주식에 대한 1억원 상당의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