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8명의 사상자를 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 관련 합동감식이 진행된 가운데 지하1층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전경찰청과 대전소방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6개 기관 소속 30여명은 27일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하역장 인근 CCTV에 포착된 1t 트럭과 그 주변을 중점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과 배선 등도 들여다 봤다.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불이 처음 목격된 지하 1층 하역장 일대를 집중 조사한 결과 주변에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지는 않았다”며 “확인된 잔해물 중 담배꽁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방재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현대아울렛 측은 “119 구조대가 도착했을 당시 화재현장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다”며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최초 발화지점에서 운전자가 주차를 하고 자리를 뜬 뒤 바로 불이 났다”며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도 “현재로선 스프링클러나 소화전 등 방재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은 확인하기 어렵다”며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감식반은 이밖에 트럭 주변에서 차량 후미등 배선과 같은 잔해물도 수거했다고 밝혔다. 수거한 잔해물 중 담배꽁초로 보이는 물건은 없었다고도 부연했다. 스프링클러를 비롯해 건물 내 소방시설의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28일 2차 조사를 통해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장은 “차량 내부 결함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다. 차량 배선 일부를 수거했다”며 “건물 배선이나 소방시설 등은 나중에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감식이 진행 중이던 오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고 현장에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합동분향소에 헌화를 하고 소방당국으로부터 사고 경위를 들은 뒤 유족들과 만났다.
윤 대통령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유족들에게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을 찾은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역시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수습과 유가족 보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유족은 사고 당시 현대아울렛 측과 경찰·소방당국 등이 보인 정보 공유 방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이든 소방이든 사고 당시 현장을 찾아간 가족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며 “가장 정확하게 정보를 알려줘야 할 가족들에게는 모든 팩트를 숨기고 ‘혹시 모르니 병원으로 가서 확인해보시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어째서 현대 관계자들은 장례 절차만을 상의하는가”라며 “정보판을 펼쳐 놓고 자기들끼리 보여주기식으로 행동하는 것에 다른 가족들도 울분을 토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 역시 “현장에서 유족들과 관련된 일을 지휘감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각자 정보 등을 알아내야만 했다”며 “현대는 숨겼고 그 누구도 유족들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