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지연(29)씨의 취미는 ‘빵지순례’다. 전국의 유명 빵집을 다니며 다양한 빵을 맛보는 일을 즐긴다. 인기 많은 맛집을 갈 때에는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씨는 “조금 부지런히 준비해서 오픈런을 하면 갓 나온 따끈한 빵을 먹을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 오픈런을 해야만 살 수 있는 것도 있으니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20~40대 10명 중 6명 꼴로 오픈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멤버스는 지난 8~9일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을 통해 전국 20~40대 남녀 2500명을 설문했더니 응답자의 62.2%가 “오픈런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27일 밝혔다.
오픈런 경험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늘었다. 20대는 66.6%, 30대 64.6%, 40대는 57.7%가 오픈런을 해봤다고 대답했다. 오픈런을 한 이유로 ‘콘서트, 뮤지컬 등의 티켓을 끊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29.5%로 가장 많았다. 오픈런 경험자 10명 중 3명은 이른바 ‘피케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케팅)을 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식당, 카페, 베이커리 등 맛집 오픈런’(20.1%), ‘예·적금, 적격대출 등 은행 오픈런’(18.7%), ‘포켓몬빵, 디지몬빵 등 캐릭터 빵 오픈런’(16.3%), ‘비행기 특가항공권 피케팅’(15.8%) 등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빚어지는 스타벅스, 반값치킨, 샤넬 오픈런이 뒤를 이었다.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 상품 오픈런’(14.8%), ‘반값치킨, 초저가피자 등 대형마트 특가상품 오픈런’(14.8%), ‘원소주, 발베니 위스키 등 한정판 주류 오픈런’(13.5%), ‘샤넬, 롤렉스 등 명품 오픈런’(12.0%)도 적지 않았다.
오픈런에 투자하는 시간은 2시간 미만(56.7%), 2~4시간(13.8%), 4~6시간(11.7%) 순이었다.
오픈런을 바라보는 관점은 연령대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20~30대는 긍정적으로 여겼다. ‘부지런하다’(20대 19.0%·30대 18.0%), ‘열정적이다’(20대 16.2%·30대 16.5%) 응답률이 높았다. 반면 40대는 ‘유별나다’(16.5%) 또는 ‘쓸데없다(11.1%)’는 의견이 다수였다.
오픈런 경험이 없는 이들은 부정적 인식을 가졌다. 오픈런에 대해 ‘유별나다’(18.4%) ‘쓸데없다’(13.8%) ‘한심하다’(8.5%)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런을 왜 하느냐’에 대한 응답도 연령대별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20대는 ‘희소가치’(32.8%), 30대는 ‘차별화된 혜택’(30.0%), 40대는 ‘리셀 목적’(32.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오픈런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오픈런 경험 여부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응답이 나왔다. 오픈런 비경험자들은 ‘리셀 등 더 비싼 가격으로 되팔 수 있어서’(43.6%)나 ‘SNS에 인증하기 좋아서’(28.1%)라고 답했다. 경제적인 이유나 과시 목적에서 오픈런을 불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경험자들은 ‘오픈런 만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31.4%),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워서’(30.9%)라는 응답이 높았다. 보여주기 위한 것보다는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오픈런에 기꺼이 합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현진 롯데멤버스 리서치셀리더는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문 또는 판매창이 열리자마자 달려 들어가는 쇼핑 행태는 이제 분야를 막론하고 온·오프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됐다”며 “나만의 소장품이나 소수만의 특별한 혜택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만큼 앞으로도 오픈런 경험자들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