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 전주환 “위험성 없음”?… 황당 체크리스트

입력 2022-09-27 05:13 수정 2022-09-27 09:56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에 대한 경찰의 ‘위험성 체크리스트’에서 “위험성이 없음 또는 낮음”이라는 결과가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벌어진 결과와는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이 체크리스트 결과는 스토킹 혐의로 전씨를 고소한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결과적으로 사고 방지에 도움이 안 되는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청취해 체크한 결과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당시 조사한 위험도는 “위험성이 없음 또는 낮음” 단계였다.

신당역 사건의 피해 역무원 A씨는 2019년부터 전주환으로부터 350여 차례에 걸쳐 ‘만나 달라’는 등의 일방적 연락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전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고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당시 경찰은 ‘위험성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전씨의 위험도를 계량화했다. 하지만 체크리스트는 전씨의 범행 가능성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

체크리스트 지침을 보면 우선 피해자나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로부터 폭행과 협박, 신체 제한, 성폭력을 당한 사실이 있는지 묻는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하더라도 반복될 우려가 낮을 땐 ‘위험성 없음 또는 낮음’으로 분류된다. 신당역 사건의 피해자는 본인과 가족이 당시까지는 전씨로부터 물리적 위협을 받지 않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이 의원은 “가해자의 심리 상태가 언제나 동일한 것이 아니고, 변화할 수 있고 또 증폭될 수 있다.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는 수시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