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2012년 이후 불건전 영업행위로 50억원 상당의 부당한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공했지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부과한 과태료는 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규정상 법정 상한 금액을 초과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증권사들이 불건전 영업행위(자본시장법 제71조)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문책 이상 제재 조치는 103건으로 집계됐다. 제재 사유는 매매주문 수탁 부적정, 일임매매 금지 위반, 인수증권 재매도 약정 금지 위반, 부당한 재산상 이익의 수령 금지 위반 등이다.
이 가운데 부당한 재산상 이익 제공 또는 수령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는 23건으로, 이들 증권사가 받거나 제공한 이익 규모는 총 49억6336만원으로 나타났다. 건당 평균 이익 수령 및 제공 금액은 2억1580만원이었다. 자본시장법 제71조 7호 등에 따르면 증권사는 거래 상대방 등에게 업무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는 기준을 위반해 직·간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수령할 수 없다.
금융위가 증권사들에 부과한 과태료는 재산상 이익의 18% 수준인 9억3150만원에 그쳤다. 특히 부당 이익 규모가 수십억원에 달한 사건에서도 과태료는 2억원을 넘지 않았다. 23건 중 과태료보다 부당 이익 수령·제공액이 많은 경우(11건)는 절반 이하였지만, 부당 이익이 1억원 이상인 5건 중에선 과태료보다 부당 이익이 적은 경우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4건에선 부당 이익이 과태료의 최소 2.4배에서 최대 63배에 달했다. 위법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던 셈이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은 2019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수행과정에서 실제 자문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발행사로부터 금융 자문 수수료를 23억6000만원을 수령해 금융위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과태료는 이익 수령액의 약 6%에 해당하는 1억4400만원에 그쳤다.
과태료가 부당한 재산상 이익 수령·제공 금액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 과태료 법정 상한 규정 탓이다. 당국은 개별 위반행위에 대해 정해진 과태료 법정최고금액 안에서 위반 동기(상·중·하)와 결과(중대·보통·경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액을 산정한다. 부당한 재산상 이익 수령 또는 제공 금지 규정 위반행위의 경우 과태료 상한 금액이 5000만원이다. 예컨대 A증권사가 B자산운용사의 특정 펀드를 판매해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얻은 부당한 재산상 이익이 1억원이든 10억원이든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대 5000만원이라는 뜻이다.
2017년 이후 적발 건별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이 강화됐지만 부당한 재산상 이익 수령 및 제공 금지 규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처벌 수위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가 이익 금액이 아닌 적발 건수인 탓이다. 반복적인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해 재산상 이익 수령 시점, 원인 행위 등을 구분해 여러 건으로 판단하더라도 개별 건의 재산상 이익 규모가 커지면 결국 과태료 부과액은 상대적으로 미미해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당한 재산상 이익 액수가 커지는 경우에는 금전적 제재뿐 아니라 기관에 대한 경고, 신분적 제재 조치가 병행될 수 있다”며 “기관 입장에서 이런 조치가 쌓이면 추후 라이선스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금전적 조치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