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 중인 ‘성남FC 의혹’의 결론을 가를 분수령은 대기업이 낸 후원금과 성남시가 인허가권을 쥔 부지 용도 변경 사이의 부정한 거래 존재 입증 여부라 할 수 있다. 검찰은 두산건설이 성남FC에 준 56억원을 뇌물로 본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아 증거 수집 등 보강 수사에 전력하고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당한 시정 업무였을 뿐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전 안성시장 뇌물사건’이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허가 업무와 기업의 기부금 사이 대가 관계가 문제가 됐던 사건인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선 부정한 청탁을 인정해 제3자 뇌물죄를 유죄로 봤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네이버, 차병원 관련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로서 재원 확보를 위해 기업 요구를 들어줬을 개연성을 확인하는 차원이다. 앞서 경찰은 두산그룹을 제외한 기업 후원금 관련 의혹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었다.
검찰이 부지 용도 변경 등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였음을 입증해내려면 여러 근거가 뒷받침 돼야 한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동희 전 안성시장 판례가 대표적이다. 이 전 시장은 2007년 안성시에서 개최하는 체육대회의 흥행을 위해 북한 선수들을 초청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약속한 대북지원사업의 예산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때 골프장 사업 관련 인허가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업체 대표는 시체육회 명의 계좌에 5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인허가 문제가 해결된 직후 실제 기부금이 입금됐다. 아파트 시행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승인으로 어려움을 겪던 또 다른 업체 대표도 2억원을 기부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제3자 뇌물 혐의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이 전 시장이 업무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허가권자인 점과 인허가 및 기부행위가 순차적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해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했다. 골프장 사업의 시유지 교환문제가 남아있음에도 착공을 승인해준 점, 해당 업체가 과거 대북지원사업 등에 참여하거나 다른 단체에 억대 기부를 한 적이 없는 점 등은 모두 부정한 청탁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적혔다. 기부 방법과 시기 등을 실제 기부를 받는 사단법인이 아닌 시 공무원과 논의했다는 점도 제3자 뇌물죄 성립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현실적으로 부정한 청탁의 입증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개별 사건마다 세부적인 사실관계에 차이가 있어 증거들이 촘촘히 혐의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대가성을 밝혀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명시적인 증거가 남아 있기 힘든 제3자 뇌물 사건 특성상 지자체장의 인허가 행위에 불법성이 없고, 기업의 기부 행위가 크게 이례적이지 않다면 수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검찰이 제3자 뇌물이 아닌 단순뇌물죄을 적용하려 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만약 성남FC의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 주요 구성원과 이 대표 사이 관계가 매우 가까웠고, 이 점이 입증된다면 뇌물죄가 작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남FC라는 기관의 외피를 벗기고 내부 구성원들과 이 대표 사이의 공모관계가 입증된다면, 후원금과 이를 통한 정치적 이득이 사실상 이 대표 측으로 귀속됐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페이스북에 “‘용도변경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고 가정해도 이재명 개인 아닌 성남시민이익(공익)이 되니 이론적으로 뇌물(사익추구)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