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부동산을 신탁받은 회사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 세무당국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특혜 규정은 더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자산신탁회사인 A사가 서울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부동산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19년 4월 지방의 B아파트 주택조합과 미분양 아파트 54세대에 대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맺었다. 당시 B조합은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에 따라 ‘고유번호’를 부여받았지만 별도 사업자등록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A사가 B조합과 계약을 맺은 54세대 중 23세대는 종부세 과세기준일이었던 2020년 6월 1일까지 계속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었다. 삼성세무서는 이 23세대를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 대상이라고 판단하고 A사에 종부세 2519만원과 농어촌특별세 503만원을 부과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개정 전 종부세법에 따르면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대상이 되는 주택 범위에서 제외되려면 신탁자산의 경우 위탁자(이 사건에서는 B조합)가 과세기준일 당시 사업자등록을 한 상태여야 한다. A사는 “B조합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승인받고 고유번호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이는 사업자등록 번호에 준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조합이 ‘사업자등록을 한 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A사에 종부세를 매긴 세무당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가가치세법은 ‘사업자등록을 한 자’와 ‘고유번호를 부여받은 자’ 사이 그 권리와 의무를 달리 부여하고 있다”며 “만일 주택조합이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상 소득의 귀속 주체가 되는데도 고유번호만 유지한 채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는다면 조세 탈루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세감면요건 규정 가운데 명백히 특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조항은 엄격히 해석하는 것이 조세 공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