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는 그 가운데 ‘꽃 한 송이’만을 테마로 해서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연꽃, 튤립, 모란 등 익히 아는 꽃뿐 아니라 복수초, 부처꽃, 닭의장풀 등 이름을 잘 몰랐던 꽃들도 그의 카메라에 잡히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거울못’에 핀 연꽃 한 송이가 외로워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수면 아래에는 잉어가 지나가고, 수면 위에는 잠자리가 함께 한다. 바람이 일으키는 잔물결도 동무처럼 함께 한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과하며 많은 사람들이 혼자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의 생기는 날이 있지 않나. 그런 위로의 언어를 건네고 싶었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박물관에서 일하며 유물과 전시 알리기에 열성적이었던 그가 사진 세계에 입문한 것은 2000년대 초 외동딸의 육아일기를 쓴다는 기분으로 카메라를 장만하면서부터다. 사진의 매력에 눈뜨며 국립중앙박물관이 20004년 용산으로 이전 개관하면서 본격적으로 박물관 안팎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그 결과물을 가진 전시만 이번이 5번째다. 2018년에는 사진 에세이집 ‘빛 내리다-박물관의 빛, 꽃, 바람, 색’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요즘에는 윤슬, 얼음, 물에 비친 꽃 등 물의 이미지를 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8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