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안업체의 하청회사 소속으로 아파트 보안을 담당해온 A씨는 원청이 바뀐 뒤 ‘비자발적 해결사’가 됐다. 본 업무인 보안 외에도 관리사무소가 시키는 건 뭐든 A씨 몫이다. 층간소음, 담배냄새에 관한 민원부터 이사업체 관리감독, 관리사무소 관계자의 개인 용무까지 떠맡고 있다. 관리사무소의 횡포가 계속되는데도 보안업체는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5일 이 같은 ‘원청 갑질’ 제보 사례와 함께 앞서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원청 사용자 책임성에 관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을 통해 지난 2~8일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설문 결과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원청 사용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응답자의 89.2%가 동의했다. 또 하청노동자 장기 파업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가장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절반 넘는 51.8%가 원청회사를 꼽았다. 하청회사를 고른 응답이 23.4%로 뒤이었다.
직장인 대다수는 올해 들어 발생한 주요 노동사건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J대한통운 등 택배노동자 파업에 대한 인지율이 91.4%로 가장 높았고, 연세대 청소노동자 파업(67.8%)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67.4%) 또한 높은 인지율을 보였다. 가장 큰 지지를 얻어낸 사건은 연세대 청소노동자 파업이었다. 82.8%의 응답자가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제조업 사내하청부터 병원, 쇼핑몰, 은행, 방송 등 업종을 불문하고 원청 갑질이 심각하다며 원청 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란봉투법’ 등 노동관계법을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