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가정보원의 고발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2개 공공수사부가 진상규명에 나선 사건들은 표면적으로 ‘동해’가 ‘서해’보다 수사 진행이 빠른 모양새다. 삼척 인근 해상에서 나포된 탈북어민들의 판문점 강제북송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완료했다. 반면 서해 피격 공무원의 월북 의사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여전히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서해 사건과 관련해 향후 2~3주가량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개별 사건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사건에 얽힌 시간 차이가 확인해야 할 자료의 양 차이로 이어졌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2019년 탈북어민들의 나포부터 판문점 송환까지 소요된 시간은 단 5일이었다. 반면 2020년 해양경찰청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월북 의사 발표는 그의 실종과 피격 1개월 뒤 이뤄졌다.
검찰은 현재까지 두 사건의 실체 규명에 ‘애로사항’은 전혀 없다고 22일 밝혔다. 두 사건 중 월북 조작 의혹을 뒷받침할 핵심으로 꼽힌 관계장관회의 회의록이 대통령기록관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상황에서 검찰의 자신감은 눈길을 끌었다. 검찰 관계자는 “기록관에 어떤 자료가 없다고 해서 그 자료 관련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설령 회의록이 없다고 해도, 관련 기관들로 전달된 지시사항 등을 토대로 회의가 수립한 내용을 복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법조계는 서해 공무원 피격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두 차례 있었던 관계장관회의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았다면 크게 이례적인 일이라고 본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회의록을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회의 가운데에는 ‘주요 정책의 심의 또는 의견조정을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주요 직위자를 구성원으로 하여 운영하는 회의’가 있다. 구성원과 목적 차원에서 당시 관계장관회의는 회의록이 작성돼야 할 회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당시 장관들은 국회에서 “첩보 내용을 분석하고 정확성을 분석하기 위한 회의” “문제를 놓고 어떻게 판단할 건지 관계장관들이 모여서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었다.
대통령기록물 확보가 마무리된 강제북송 사건은 관련 인사들의 검찰 출석이 이미 활발하다. 탈북어민들에 대한 정부합동조사 마무리 이전부터 강제 추방 결론이 세워져 있었는지, 그렇다면 최종 의사결정은 누가 했는지가 조사 핵심이다. 송환 의사를 북측에 전달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부터 연이틀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서호 전 통일부 차관, 김유근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김준환 전 국가정보원 3차장도 앞서 소환됐다.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검찰 출석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높다. 검찰은 일부 피고발인들에게는 고발장을 제공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귀순 의사’와 ‘귀북 의사’는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서는 “귀순의 목적과 의사는 구분돼야 한다”고 했었다. 설령 어민들의 귀순 목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귀순 의사’가 인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의 ‘귀북 의사’가 없는 한 강제 추방 조치는 잘못이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공개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어민들은 판문점 송환 당시 강하게 저항했다. 이들을 호송한 국정원 직원들은 계구(戒具·죄인의 도주 등을 막기 위한 장비) 사용을 꺼리고 미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정부는 어민들을 판문점으로 추방한 이유를 ‘귀순 진정성’ 없음으로 설명했었다. 동료 선원 다수를 살해한 이들이었고 우리 군에 나포될 때 도주 저항했다는 점 등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었다. 하지만 귀순 진정성이 전제가 돼야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설명은 얼른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반응이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표류해온 이들을 북측에 돌려보낸 전례들은 강한 귀북 의사를 고려한 인도적 처사였다”고 말했다.
조민아 이경원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