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친모가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만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면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확인하기 위한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 심리로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 변호인은 “공소장 내용의 객관적 구성요건과 범행의 고의성은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이어 “양형과 관련해 가족 1명을 증인으로 신청한다”면서 “범행 당시에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을 입증하기 위해 정신감정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작은 목소리로 답변했으며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2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수면제를 먹여 30대 딸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딸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앓았으며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30대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볼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당시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딸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라며 울먹였다.
A씨는 생계를 위해 타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면서 38년간 딸을 돌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이 결혼해 출가하면서부터는 홀로 B씨를 챙겼으며, 위탁시설에 딸을 보낼만한 경제적 여력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