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1410원 뚫은 ‘킹달러’… 유로도, 엔화도 ‘와르르’

입력 2022-09-22 16:31
원·달러 환율의 마감 종가가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당 1409.7원으로 표시돼 있다. 권현구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장중 1410원을 뚫고 올라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과 기준금리의 연내 4.4% 도달 전망이 ‘강달러’를 부추겼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5.5원 급등한 1409.7원에 마감됐다. 1398.0원에 개장하자마자 1400선을 뚫고 올라갔고, 장중 1413.5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의 1410원 돌파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세계적 금융위기에 휩싸였던 2009년 3월 31일(장중 고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도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에서 3.00~3.25%로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FOMC 구성원들은 점도표에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 전망치를 4.4%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나를 비롯한 FOMC 구성원들의 견해에서 갈 길이 멀다. 연말 중간값은 125bp(1.25% 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런 발언은 남은 두 번의 FOMC 정례회의에서 한 번은 자이언트스텝, 다른 한 번은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파월 의장은 연준의 강한 긴축에 따른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며 실패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준의 고금리 정책 유지 방침은 ‘강달러’를 부채질했다. 유로, 엔(일본), 파운드(영국), 캐나다달러, 크로나(스웨덴), 스위스프랑의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오후 4시15분 현재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 집계에서 1.02% 오른 111.77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달러 인덱스에서 13.6%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엔화의 경우 약세가 원화보다 가파르다. 원·엔 달러는 오후 3시30분 현재 0.65원 내린 100엔당 970.70원을 가리켰다. 금융·증권·외환시장 일각에선 달러화 가치의 상승 일변도를 ‘강(強)달러’를 넘어선 ‘킹(King)달러’로 묘사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를 마친 뒤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투기 심리 확대를 포함한 일방적인 쏠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요한 순간에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엄격히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불경기, 고환율, 고금리에서 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 이른바 ‘한계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업 신용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같은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 능력이 약화돼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상당폭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