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남양유업에 또 승소… “경영권 이양해야”

입력 2022-09-22 14:22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해 5월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사 매각 의사를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과 지난해 10월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 이번 주식 양도 소송까지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우)는 22일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홍 회장과 가족이 한앤코와 맺었던 본래 계약대로 비용을 받고 주식을 넘길 의무가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5월 27일 홍 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 53.08% 전량을 3107억원에 한앤코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은 계약상 거래종결일 하루 뒤인 지난해 9월 1일 매각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당시 홍 회장은 입장문에서 “매수자 측이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며 매각 결렬 책임을 한앤코에 돌렸다. 그러면서 “매수자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도 위배했다”며 “특히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계약 과정에서 양측을 모두 대리해 무효라고도 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주장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며 “계약이 계속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이후 홍 회장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면서 주식을 넘기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홍 회장 일가가 주식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서울지방법원도 한앤코가 홍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자등록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에서도 한앤코의 손을 들어 주며 SPA 효력이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홍 회장 측이 한앤코에 문제 제기한 부분들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앤코는 판결이 나오자 홍 회장 측에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판결을 수용하고 스스로 약속했던 경영 퇴진과 경영권 이양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판결에 불복한 홍 회장은 항소심을 통해 법정 다툼을 이어갈 전망이다. 홍 회장 측 대리인은 “한앤코 측의 쌍방대리 행위로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며 “이런 내용을 재판부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다.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은 또 한앤코가 계약 해지에 책임이 있는 만큼 양측 계약에 따라 31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1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홍 회장은 자사 유제품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거센 비판이 일었던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가 일자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당시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남양유업 매각 계약을 무효 선언한 뒤 현재까지 회장직을 유지 중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