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기시다 행사 빌딩 찾아…약식으로 한일 정상회담 성사

입력 2022-09-22 08:49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을 해결해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대통령실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양 정상은 정상 간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2019년 12월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중국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린 것을 계기로 회담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담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약식’으로 오후 12시23분부터 30분간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 콘퍼런스 빌딩은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이 있는 건물이었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있던 행사장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서면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관계 개선을 위해) 당국간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는 동시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대변인은 “양 정상은 최근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양 정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상호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해 나가자는 데 공감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일간 여러 갈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개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났음에도 강제징용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날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의 신경전 끝에 성사됐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미국·일본과는 양자 회담을 하기로 일찌감치 서로 합의해 놓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후 일본 측에서 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국 발표를 사실상 부인했고, 기시다 총리는 20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에도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정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당시 한국이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먼저 발표하는 바람에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측의 감정이 상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통상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면 양국이 동시 발표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은 회담이 결렬될 경우 제기될 정치적 부담을 한·일 양국 모두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을 보이콧할 경우 진전 가능성을 보였던 한·일 관계를 다시 냉각시켰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어 회담을 취소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뉴욕=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