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차관 “에펠탑도 불 끄는데 야간 골프는…” 전기 절약 강조

입력 2022-09-21 18:27 수정 2022-09-21 18:37
야간에 조명을 켠 골프장에서 고객들이 라운딩을 즐기고 있는 모습. 뉴시스

“에펠탑 조명도 한 시간 일찍 끈다던데, 저녁에 라이트 켜고 골프 치는 게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지만 현재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세계적 에너지 수급 위기를 맞아 가능한 정책 수단과 에너지 소비 절약 등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차관은 이날 배포한 간담회 자료에서 주요국들의 에너지 대응 특단 조치사례를 함께 소개했다.

박 차관은 “독일에서는 수영장 온도 조절, 공공시설 온수 사용을 금지하고 미관 목적 조명을 금지했다”고 소개했다.

또 프랑스에서는 에펠탑 야간 조명을 소등하고 명품 매장의 조도를 조절하는 한편 문을 열어놓고 냉방을 하는 행위에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파리 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심화로 전기요금이 치솟는 상황에서 에펠탑 조명을 평소보다 일찍 소등한다고 밝혔다. 에펠탑 조명은 평소 새벽 1시까지 켜져 있는데 밤 11시45분에 소등키로 한 것이다.

박 차관은 이 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현실적으로 전기요금, 가스요금을 조정할 수밖에 없지만 해외 국가들도 요금 조정과 함께 효율화 에너지 절약을 다 추진하고 있다. 가능한 정책 수단을 전체적으로 종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또 “소비 절약 관련해 공공기관들이 겨울철 난방 온도 조절 등 솔선수범하자는 목표를 갖고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일반 국민들도 동참하시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도 검토 중”

박 차관은 전기요금의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상한 폭을 5원에서 10원으로 확대하는 방안, 가정용 외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식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폭인 kWh(킬로와트시)당 5원을 이미 다 인상해서 다시 한번 상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분기마다 조정되는데 이미 3분기 5원을 인상해 올해 인상분을 모두 소진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문제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적자를 해소하려면 다음달 kWh(킬로와트시)당 261원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는 한전이 올해 35조4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하나증권의 가정하에 산출된 것이다. 4인 가구 기준 kWh당 261원이 오르면 월 8만원 이상 요금 부담이 늘어난다.

한전이 4분기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0원 올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조정폭은 ±5원으로 제한돼 있다.

박 차관은 “5원 설정은 너무 낮아 적어도 10원은 돼야 하는 거 아니냐 생각하고 이런 부분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산업부는 한전 적자 등을 고민하고 있고 기재부는 물가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가동 최대한 늘려야”

박 차관은 또 한시적으로 에너지 대용량 사업자에 대한 전기요금 차등 적용을 검토 중이며 이런 방안들을 기획재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산업용 전기의 사용 주체는 전체 사용자의 0.2%에 불과하지만 전체 전기의 절반을 사용한다.

에너지 대용량 사용자는 주로 대기업이다. 차등 적용이 현실화할 경우 대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박 차관은 “변화 폭이나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하면서 다양하게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고 이 역시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차관은 또 “현 상황에서는 원전 가동을 최대한으로 늘려 한전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원전이 전력 공급 측면에서 싸기 때문에 한전의 적자 부담 해소나 전력 공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