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퇴직금과 성과급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고 퇴사한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의 건강 상태가 진단서상으로는 거액의 위로금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화천대유 자산관리 담당 이사 A씨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이날 법정에서 “저는 곽병채씨의 병이 굉장히 심각한 것으로 알았는데, 제출된 진단서가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며 “혹시 다른 진단서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추가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곽씨가) 퇴사하는 데 심각한 질병의 진단서가 왜 필요했나”라고 물었고, A씨는 “성과급 지급 논의가 진행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50억원이) 위로금 성격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처음 제출받은 진단서가 퇴직 위로금을 주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나”라는 검찰의 말에 “그렇다”고 했다.
검찰은 “증인의 요구에 따라 곽(병채)씨가 추가 제출한 진단서는 앞서 낸 진단서와 마찬가지로 1년6개월 전인 2019년 9월 진료한 내용”이라며 “성과급 지급을 위해서 추가 진단서를 요구했는데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A씨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게 있는데 (병채씨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병채씨는 지난해 4월 당시 건강상의 이유로 화천대유를 퇴사하면서 50억원가량의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돈이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제공한 뇌물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곽 전 의원과 병채씨 측은 병채씨의 건강이 나빠진 데 따른 위로금과 퇴직금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이성문 화천대유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곽병채가 프라이버시 때문에 병명을 얘기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증상이나 병명을 알지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성과급·퇴직금 등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곽 전 의원은 관련 컨소시엄 구성에 아무런 도움을 준 일이 없고,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또는 성과급을 받은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맞서고 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