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가 본궤도에 오른 정기국회에서 협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여야 원내수장들은 꽉 막힌 여야 경색 관계를 풀어내고 실질적인 협치 성과를 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여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낸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문제, 대통령실 국정조사 등 각종 뇌관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할 정기국회가 집권여당과 거대야당의 싸움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취임 인사차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박 원내대표는 “협치의 리더십을 가진 분이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된 만큼 국민들도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가질 것”이라며 “야당에서도 거는 기대가 크다”고 덕담을 먼저 건넸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민생에 있어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고,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라며 “여야는 어찌보면 한 강물을 먹는 파트너이지, 결코 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간 국회 관계가 어느 때보다 편치 않을 상황이 많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여당을 하던 당인 만큼, 서로 입장을 바꿔 역지사지하고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일지 머리를 맞대면 해결책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협치에 대한 불씨를 살린 것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여야 대치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대한 논의도 일부 오갔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주 원내대표가 있을 때 국회 역사에서 조금 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개헌 논의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강경대립 문제 해결, 인사청문제도 개선 등을 향후 논의 주제로 꺼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논의해 보자”고 답했다고 한다.
다만 두 원내대표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과 대통령실 국정조사 등으로 반격을 가하는 중이다.
여기에 여당이 반대하는 ‘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강행처리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민주당 반발을 두고 “사법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려는 물타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김건희 특검법’이나 쟁점 법안들의 일방처리를 시도하고 있는데, 여론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에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이날도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조문취소’ 논란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정현수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