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21일(현지시간)이 유력하다.
일본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한·일 정상회담도 개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미국·일본과는 양자 회담을 하기로 일찌감치 서로 합의해 놓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문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촉발된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제외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정상회담도 결국에는 열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정상회담이 결렬될 경우 한·일 양국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을 보이콧할 경우 진전 가능성을 보였던 한·일 관계를 다시 냉각시켰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어 회담을 취소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한·일 모두 상대방에게 감정이 상해 있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25분간 면담을 갖고 북한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구테흐스 총장에게 “북한이 개방의 더 나은 길을 선택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국제금융기구와 동북아까지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북한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이 그동안 닫힌 문을 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한이 핵실험 재개하거나 추가 핵 도발을 감행할 때는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총장이 지속적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을 믿으셔도 된다”면서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서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명확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이날 오찬을 갖고 북한이 비핵화와 함께 개방화된 시도를 할 때 금융 기구와 국제기관의 조력이 전폭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뉴욕의 동포간담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재외동포들을 지원할 재외동포청 신설과 관련해 “재외동포청은 제 공약이기도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아마 별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유엔 무대에 데뷔했다.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21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통상 각국 정상에 배정된 연설 시간 15분보다 4분 짧은 11분 동안 연설을 이어갔다. 연설 중에 모두 7차례 박수가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는 직접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는 유엔총회장 특별석에서 연설을 지켜봤다. 김 여사는 연설 중간중간 박수를 쳤다. 각국 정상의 배우자들은 유엔총회 연설 자리에 함께하는 게 관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대표부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뉴욕=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