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여아 4명 성폭행한 ‘시한폭탄’, 신상공개 도와달라”

입력 2022-09-21 07:47 수정 2022-09-21 18:05

10세 여아 4명을 성폭행하고 1명을 성추행한 ‘아동 연쇄 강간범’ 이모(47)씨의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다. 함께 공개된 판결문에 적힌 잔혹한 범행 내용 탓에 온라인상에서 이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10살 여아만을 골라 성폭행하고 신상공개도 되지 않은 중고차 딜러 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이씨의 신상공개를 위해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이씨의 판결문을 함께 올렸다.

김근식보다 5개월 빨라 신상공개 불가능
A씨는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을 마친 이씨가 2021년 4월 출소한 사실을 전하며 다른 성범죄자들과 달리 신상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신상이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신상정보 공개 관련 제도가 도입되기 전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행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신상 공개(성범죄자 알림e) 대상은 2008년 2월 4일 이후에만 적용되고, 고지(우편, 모바일) 대상은 2008년 4월 16일 이후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범하고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로 제한된다.

이씨는 2004년 1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네 차례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 한 차례 성추행을 저질렀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강간치상 및 13세미만미성년자강간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는 2006년 7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4월 출소했다.

이씨와 비슷한 사례로 여아 11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있다. 김근식은 2006년 5월부터 9월까지 범행을 저질렀는데, 그가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여성가족부가 법리 검토 끝에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김근식의 출소 한 달 전 신상 등록 여부를 논의하고, 이후 검찰과 법원에 따로 정보공개 요청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마련했다.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 인천경찰청

다만 오는 10월 출소하는 김근식의 경우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신상이 ‘공개’되지만 ‘고지’(우편·모바일)는 따로 이뤄지지 않는다. 소급 규정이 없는 탓이다. ‘신상정보 고지명령’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등을 공개명령기간 동안 고지명령 대상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일정한 주민 등에게 알리는 제도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씨의 경우 김근식과 달리 신상정보 공개나 고지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의 마지막 범행 시기가 김근식보다 5개월 정도 빨랐기 때문이다. 여가부의 신상정보 공개·고지 요건은 ‘등록’돼 있는 자인데, 이씨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등록 및 열람제도가 도입된 2006년 6월 30일 이전에 범행을 저질러 등록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이씨처럼 2006년 6월 30일 이전 범행을 저지른 경우라면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A씨는 “(지금 법무부와 언론은) 아무런 안전장치 하나 없이 2021년 4월에 출소시켜 놓은 이씨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이씨는 감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시한폭탄급 범죄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씨에 대해 알려진 건 이름과 출생연도, 중고차 딜러를 했다는 것밖에 없다. 이름이야 개명하면 되고 직업은 바꾸면 그만이니 누군지 어디 사는지 알 방법이 없다”며 “아동연쇄 성폭행범의 신상공개를 위해 (법무부에) 전화 한 통씩 걸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이씨의 경우 김근식과 달리 청소년성보호법 시행 이전의 범죄에 해당해 신상정보 등록, 공개를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량에 유인 후 범행 반복… “매우 교활하고 잔인”
A씨가 이 같은 호소와 함께 올린 판결문에는 이씨의 범행 사실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이씨는 1990년대 초반 미성년자를 성추행하거나 성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전력이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2004년 11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가정집에 침입해 여동생과 함께 있는 피해자를 발견한 뒤 “말을 듣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하며 10세 아동을 성폭행했다. 이후 저금통에 들어 있던 3만원 상당을 훔쳤다.

이듬해인 2005년 4월에는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놀고 있는 10세 아동에게 접근해 “(승용차) 의자 밑에 물건이 끼었는데 좀 꺼내 달라”며 차로 유인한 뒤 강제로 차에 태워 인근 초등학교 옆 공터까지 끌고 가 유사성행위 등을 강압해 강제추행했다. 그는 피해 아동이 집에 보내 달라고 읍소하자 “칼로 찔러 죽인다. 다른 곳에 팔아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이씨는 2006년 3월에는 10세 아동에게 “차량 의자가 고장 났는데 좀 도와 달라”며 도움을 요청해 유인한 뒤 근처 공사장 공터에서 흉기로 위협하며 성폭행했다. 그는 같은 달 말에도 같은 방식으로 10세 아동을 성폭행했다.

마지막 범행은 4월이었다. 이씨는 10세 아동을 발견한 뒤 “차량 의자에 볼펜이 끼어 고장났으니 도와 달라”며 유인한 뒤 피해 아동이 반항하자 “말 안 들으면 죽인다”며 억압해 근처 공사장 공터에서 성폭행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2006년 7월 27일 이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은 자신의 성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초등학교 여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범행 수법 또한 매우 교활하고 잔인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 및 가족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고 평생 그 상처로 고통받을 것이라는 점, 이전에도 동종의 성폭력 범행으로 두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비춰보면 엄벌에 처하는 게 마땅하다”며 당시 양형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