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대학시절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했다는 대학 동기의 증언이 나왔다.
전주환의 대학 동기라고 소개한 A씨는 “(전주환은) 평범한 친구였기 때문에 그런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동기들 모두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욱하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모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19일 헤럴드경제에 말했다.
A씨는 “대학 동기로 나이가 많은 나에게 전주환은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면서 “(전주환은) 쿨한 성격에 교우관계가 나쁘지 않았고, 축구동아리와 언론동아리 활동을 할 정도로 학교생활도 잘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전주환이) 여자와 만나거나 사귀는 것에 대해 들은 적은 없었지만 여자 동기들과도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서 “나쁜 소문이 돈 적도 없다. 그냥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주환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14일 밤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전주환을 형법상 살인 혐의로 구속했으나, 보강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변경해 21일 검찰에 구속 송치한다.
경찰에 따르면 전주환은 범행 전 흉기와 일회용 위생모를 미리 준비하고,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접속해 피해자의 옛 주거지와 현 근무지를 알아냈다. 그는 이달 4일부터 피해자의 이전 주거지 주변을 네 차례 찾기도 했다. 범행 당일에는 일회용 승차권으로 지하철을 타고, 휴대전화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를 조작하는 앱을 설치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합격 이력을 가진 전주환은 2018년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해 3년간 불광역 역무원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입사 동기였던 피해 역무원에게 교제를 강요하고 불법 촬영까지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직위해제’ 조치를 받았다. 이후 스토킹 혐의까지 추가돼 재판받던 그는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했다.
경찰은 전주환의 휴대전화 포렌식 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자택을 압수수색해 태블릿PC 1대와 외장하드 1개를 확보했다. 또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동기와 범죄심리 등을 파악했다.
전주환은 이날 포토라인에 서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얼굴을 공개할 예정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얼굴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전주환의 조사를 마친 경찰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범행 전후 상황 등을 밝힐 계획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