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글쎄, 죄송”…‘조문 취소’ 논란 키운 총리 답변

입력 2022-09-21 04:57 수정 2022-09-21 09:44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2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SBS 보도화면 캡처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 도착 시간이) 아마 한 1시, 현지시간으로 1시쯤 되지 않았을까요?
김병주 민주당 의원: 참, 총리님 너무 답답하십니다. 3시 반에 도착하셨어요.
한 총리: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김 의원: 박진 외교부 장관 어디 있었습니까?
한 총리: 글쎄요, 저는 뭐 대통령님을 모시는 걸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의원님께서 뭐 달리….
김 의원: 뉴욕에 가 있었습니다, 뉴욕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취소 논란을 두고 ‘외교 참사’라며 공세를 이어간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한 답변으로 논란을 키웠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 총리에게 윤 대통령의 영국 도착 시간을 확인차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현지시간으로 1시쯤 되지 않았나”라고 답변했고, 이에 김 의원은 “참, 총리님 너무 답답하십니다”라며 도착 시간은 3시30분쯤이었다고 정정했다.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김 의원의 추가 질문에 한 총리는 “글쎄, 대통령님을 모시는 거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라고 말을 흐렸고, 김 의원은 “뉴욕에 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부재 시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총리가 대통령 현지 일정이나 외교부 장관 위치 등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한 총리는 이날 ‘조문을 못한 것은 외교참사라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민홍철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더 공식적인 것이 성당에서 여왕을 모시고 500명이 참석한 장례식 미사”라며 “장례식 미사는 큰 의미의 조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여왕의 장례는 조문과 장례식 미사가 있는데, 장례식 미사는 해외에서 온 500명 정상이 모여서 함께 치르는 것”이라며 “이게 제일 공식적인 (장례식)행사가 된다. 관 있는 곳에서 참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또는 대통령실이 치밀하지 못한 점은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민 의원의 질책에 한 총리는 “모든 절차는 영국 왕실과 조율해서 한 거로 안다. 18일 오전에 일찍 도착한 분은 좁은 의미의 조문을 하도록 왕실에서 주선한 것”이라며 “더 늦은 분은 아무래도 런던 교통이 좋지 않기 때문에, 국왕 주최 리셉션이 늦을 수 있으니 다음 날로 순연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이어 “조문 문제는 윤 대통령뿐 아니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파키스탄 총리,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등도 장례식 이후에 조문록을 작성함으로써 조문의 행사를 마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거센 공세에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조문마저도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조문 외교마저도 국내 정치적 정쟁거리로 몰아가는 이 행태, 바꿔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 장례식 관련 예를 다 갖췄음에도 민주당이 사실 왜곡과 폄훼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상주를 만나 위로하고 장례식에 참석한 후 조문록까지 작성한 것은 조문이 아니고 그럼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