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확고한 연대의 정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사와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 주제였던 ‘자유’를 유엔총회에서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약 11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21차례나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자유의 확대 문제를 국제사회 차원으로 확장시키면서 펜데믹·기후위기·핵무기·전쟁·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의 연대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자유와 연대-전환기 해법의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각국 정상급 인사 중 10번째 순서였다.
이번 유엔총회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각국 정상 등이 직접 현장에서 연설하는 ‘오프라인’ 방식으로 개최됐다.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 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은 그동안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축적해온 국제 규범 체계와 유엔 시스템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 에너지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펜데믹, 탈탄소, 디지털 격차 등 국제적 현안을 언급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재정 여건과 기술력이 미흡한 나라에 지원이 더욱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해 한국이 먼저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돌이켜 보면 유엔이 창립된 직후 세계 평화를 위한 첫 번째 의미있는 미션은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하고 유엔군을 파견해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자유와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액트 에이(ACT-A)’ 이니셔티브에 3억 달러,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FIF)에 3천만 달러를 공약하는 등 글로벌 보건 체계 강화를 위한 기여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액트 에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공정한 배포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다.
윤 대통령은 또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주도로 개발도상국의 보건 안전을 위해 마련된 글로벌펀드에 대한 기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 또한 공개했다.
이날 연설에서 북한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없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인권 유린 문제를 지적하면서 간접적으로 북한 관련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북 메시지는 이미 발표한 ‘담대한 구상’에서 더 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정부의 핵심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북한에 제안한 상황이라 이번 연설에서는 추가적인 메시지를 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유에 바탕을 둔 국제사회의 연대라는 거시적 메시지도 보기에 따라서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