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 음식 이물질 나왔는데 “환불 No, 포인트로 줄게요”

입력 2022-09-21 06:15 수정 2022-09-21 06:15
피해 구제는 20건 중 1건 불과


직장인 A씨는 지난 4월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 먹다가 이물질을 발견했다. 그는 곧바로 사진을 찍은 뒤 배달 앱의 ‘실시간 채팅 상담’을 통해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배달 앱 운영사는 이물질이 나온 음식값만 부분 환불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가격만큼 포인트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음식 내 이물질은 소비자 과실도 아닌데 왜 환불을 현금으로 받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도 지난 7월 저녁 늦게 배달 음식을 주문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후 8시 59분에 주문한 음식이 9시 50분쯤 배달될 예정이란 알림을 받았는데, 오후 10시가 넘도록 음식이 안 왔다. 이 음식점은 오후 10시에 영업을 종료하는데 앱에서는 계속 ‘음식준비 중’이라는 상태만 떴다. B씨는 환불을 요청하면서 “영업시간 종료로 인한 배달 불가의 경우에는 (종업원들의) 퇴근 전 환불이나 주문 취소 조치를 해 달라”라고 리뷰를 남겼다. 하지만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고 3일 뒤 업체 측에서는 “시간이 지나 사실 확인이 어렵고 환불 처리도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배달 앱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처럼 배달 앱 사용 과정에서 소비자 상담을 접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1일 한국소비자원이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에게 제출한 연도별 배달 앱 관련 소비자 상담 접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앱 관련 소비자 상담 접수 건수는 809건으로, 3년 전 181건에 비해 4.5배 늘었다. 올해도 7월까지만 소비자 상담이 540건이 접수, 2020년 연간 상담 접수 규모(445건)를 뛰어넘었다.

연도별 배달 앱 관련 소비자 상담 접수 현황 한국소비자원·양금희 의원실 제공

접수된 사례를 보면 배달 앱의 단골 민원인 환불과 오배송은 물론 리뷰를 둘러싼 갈등까지 다양했다. 소비자 C씨는 배달 앱으로 갈비탕을 주문해 먹은 뒤 고기가 질기고 먹기 불편했다는 리뷰를 남겼다. 그런데 이후 ‘30일간 리뷰 게시정지’를 당했다. C씨는 “사실을 적시했는데 리뷰 게시가 정지된 건 부당하다”며 리뷰 게시 정지 취하를 요청했다.

늘어나는 상담 접수에 비해 피해 구제는 더딘 게 현실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배달 앱 관련 피해 구제는 42건, 28건으로 접수된 상담 건수의 5%에 그쳤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소비와 달리 배달 앱을 통한 소비는 음식점주와 소비자뿐 아니라 플랫폼과 배달자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기존에 없던 갈등 유형이 많다”며 “다양한 변수에 따른 분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9년 ‘배달서비스 앱 소비자 문제 실태조사’를 통해 배달 앱의 주문 취소 절차가 복잡하고 소비자 불만 발생 시 접촉할 제휴사업자(음식점) 정보가 부족한 점, 오배송 관련 분쟁 해결 규정 미비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후속 조치는 배달 앱 사업자의 자율개선을 권고하는 것만으로 끝냈다. 그 뒤에 배달 앱을 둘러싼 소비자 갈등은 더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 앱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음식점주들이 다양한 케이스의 분쟁 사례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숙지하지 못한 채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분쟁 사례가 늘었다. 플랫폼 업체나 외식업 관련 협회 차원에서 분쟁과 대응 사례 홍보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