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 4월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 먹다가 이물질을 발견했다. 그는 곧바로 사진을 찍은 뒤 배달 앱의 ‘실시간 채팅 상담’을 통해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배달 앱 운영사는 이물질이 나온 음식값만 부분 환불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가격만큼 포인트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음식 내 이물질은 소비자 과실도 아닌데 왜 환불을 현금으로 받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도 지난 7월 저녁 늦게 배달 음식을 주문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후 8시 59분에 주문한 음식이 9시 50분쯤 배달될 예정이란 알림을 받았는데, 오후 10시가 넘도록 음식이 안 왔다. 이 음식점은 오후 10시에 영업을 종료하는데 앱에서는 계속 ‘음식준비 중’이라는 상태만 떴다. B씨는 환불을 요청하면서 “영업시간 종료로 인한 배달 불가의 경우에는 (종업원들의) 퇴근 전 환불이나 주문 취소 조치를 해 달라”라고 리뷰를 남겼다. 하지만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고 3일 뒤 업체 측에서는 “시간이 지나 사실 확인이 어렵고 환불 처리도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배달 앱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처럼 배달 앱 사용 과정에서 소비자 상담을 접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1일 한국소비자원이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에게 제출한 연도별 배달 앱 관련 소비자 상담 접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앱 관련 소비자 상담 접수 건수는 809건으로, 3년 전 181건에 비해 4.5배 늘었다. 올해도 7월까지만 소비자 상담이 540건이 접수, 2020년 연간 상담 접수 규모(445건)를 뛰어넘었다.
접수된 사례를 보면 배달 앱의 단골 민원인 환불과 오배송은 물론 리뷰를 둘러싼 갈등까지 다양했다. 소비자 C씨는 배달 앱으로 갈비탕을 주문해 먹은 뒤 고기가 질기고 먹기 불편했다는 리뷰를 남겼다. 그런데 이후 ‘30일간 리뷰 게시정지’를 당했다. C씨는 “사실을 적시했는데 리뷰 게시가 정지된 건 부당하다”며 리뷰 게시 정지 취하를 요청했다.
늘어나는 상담 접수에 비해 피해 구제는 더딘 게 현실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배달 앱 관련 피해 구제는 42건, 28건으로 접수된 상담 건수의 5%에 그쳤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소비와 달리 배달 앱을 통한 소비는 음식점주와 소비자뿐 아니라 플랫폼과 배달자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기존에 없던 갈등 유형이 많다”며 “다양한 변수에 따른 분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9년 ‘배달서비스 앱 소비자 문제 실태조사’를 통해 배달 앱의 주문 취소 절차가 복잡하고 소비자 불만 발생 시 접촉할 제휴사업자(음식점) 정보가 부족한 점, 오배송 관련 분쟁 해결 규정 미비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후속 조치는 배달 앱 사업자의 자율개선을 권고하는 것만으로 끝냈다. 그 뒤에 배달 앱을 둘러싼 소비자 갈등은 더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 앱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음식점주들이 다양한 케이스의 분쟁 사례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숙지하지 못한 채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분쟁 사례가 늘었다. 플랫폼 업체나 외식업 관련 협회 차원에서 분쟁과 대응 사례 홍보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