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을 20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장관급 인사를 소환한 첫 사례다.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지난 정부 청와대 ‘윗선’ 수사로 향하는 물꼬가 트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이날 오후 김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장관 재직 때인 2019년 11월 탈북어민 2명에 대한 정부 합동 조사를 조기에 강제로 종료하고,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 추방한 혐의로 지난 7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에 고발당했다.
김 전 장관은 사건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귀순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당시 통일부는 탈북어민 추방 결정과 관련한 대북 통지 등 절차를 담당했다. 김 전 장관은 “탈북어민 2명은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조사된 만큼, 국민 생명을 우선시해 송환 조치를 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범죄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됐지만, 국내 형사사법체계를 통한 처벌이 어려워 추방 조치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탈북민을 추방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없다는 관점에서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을 동반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귀순 진정성’을 추방 근거로 내세운 전 정부 측 인사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귀순의 목적과 의사는 구분돼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귀순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귀순 의사를 표시한 것 자체는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검찰은 당시 탈북어민에 대한 합동 조사 보고서에 ‘귀순 의사’ 표현이 삭제된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